조나단의 집에서 신세를 지다

4월달에 밴쿠버에서 LindyBout라는 린디 페스티발에 참석했었다. 거기서 참 춤 잘춘다 싶은 동양인 외모의 리더가 있었다. 내 멋대로 해당행사에서의 최고리더로 선정했었지. 일본계 캐내디언으로 보였고, 냉정과 열정사이의 남자주인공을 닮았었다. 멋지게 수염을 기른 모습이 참 부러웠었다. (난 수염이 많지 않아서리 T.T)

몇주전에 뉴욕에서 열리는 프랭키 파티는 자원봉사로 참여했었다. 자원봉사자로서의 첫 임무는, 첫날 접수등록 받기. 영어도 잘 못하고, 접수자가 몰려들며 질문공세를 받을 때에는 진땀좀 흘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여유를 찾게 되었다.

여유롭게 등록접수를 처리하던 차에, 밴쿠버에서 봤었던 그 리더가 내 자리로 등록접수하러 왔다. 반갑게 접수처리를 해주면서, 얘기했다. 인사를 하고보니 이 친구의 이름은 Jonathan Chen. 성씨로 보니 중국계 미국인인듯.

나: 나 너 밴쿠버에서 봤다. 밴쿠버에서 온거냐?
존: 아니 난 시애틀에서 왔고, 밴쿠버에는 잠시 갔던거다.
나: 아, 나 다음주에 시애틀에 간다. 거기서도 보겠구나.
존: 아, 그러냐? 숙소는 어디로 정했냐?
나: 호스텔 잡아놨다.
존: 그러지말고, 내가 하우징 알아봐주겠다. 연락처가 어떻게 되는가?

이렇게 연결이 되었는데, 설마 진짜로 하우징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래저래 수소문하더니 결국 자기네 집에서 묵을 수 있게 해주었다. 거의 처음보는 사람이나 다름 없는데, 이런 호의를 받게 되니 놀랍기도 하고, 신세져도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했는데, 마침 한국에서 온 다른분들도 다른 친구의 하우징해서 묵는다기에, 나도 존네 집에서 묵기로 했다. 총 7박8일을 존네 집에서 묵었고, 이 과한 친절함에 어리둥절 할뿐이었지.

존네 집에 와보니, 존의 집은 3층집이고 7명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모두가 손님을 환영해주는 분위기. 함께 식사도 하고, 이래저래 말도 걸어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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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네 집의 식구들: 숀, 캐런, 존, 파커,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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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켈리, 숀, 파커와 함께 뒷뜰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저녁 식사. 존은 채식주의자여서, 덕분에 채식요리를 많이 맛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맛있었다.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왠지 풀포기만 먹을 것 같았는데, 나름 풀종류도 다양하고, 이런 저런 양념이 맛있게 많더라고. 채식주의에 대해서도 한번 살펴보고 싶어졌어.


조나단의 일터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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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한 커뮤니티 가든에서 정원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여기는 누구나 일정크기의 작은 밭을 할당받아서 농작물을 기를 수 있다. 무료로 밭을 이용하고, 농작물도 본인이 다 가져가는 시스템. 외부로부터 스폰서를 받아서 운영기금을 확보하는 정원이었다.

여기에는 대부분 중국인 또는 한국인 어르신들이 일한다고 한다. 대부분 뒤늦게 자녀를 따라 이민 온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이라 영어를 못하신다고. 그래서 존은 이분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서 어려운 점이 더러 있다고 했다. 정원이름이 Danny Woo인거보니 중국계 미국인이 만든 커뮤니티 가든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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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정원을 돌보는 할머니 할어버지들의 모습도 궁금하고 해서, 정원에 구경가보기로 했다. 혹시나 도움될만한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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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관리 일을 하지만, 사무실은 따로 떨어져 있었다. 사무실 큐비클의 벽이 동양스러운게 아주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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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한국인 할머니와 한 30여분 대화를 나눴지. 존도 할머니께 궁금한게 많았고, 할머니도 존에게 궁금한게 많았다. 어설픈 영어로 통역을 잠시 해주었는데, 존의 질문을 하다보면 할머니가 따른 질문을 건네와서 중간에서 버퍼링이 아주 많이 필요해서 조금 어려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거 같아 보람됐었다.


존과 켈리가 친절했던 이유

존도 존이지만, 켈리 또한 친절히 대해준 것은 너무 의외였다. 켈리는 존과 같은 집에서 사는 아들이 둘있는 엄마인데, 존의 손님인 나를 귀찮아하기는 커녕 너무도 살갑게 대해주며, 요리도 따로 해주는 친절을 보였다. 마지막 날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어떻게 생전 처음보는 나를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줄 수 있느냐라고 물어보았다.

둘의 관점이 조금은 달랐지만, 공통점으로는 둘다 나처럼 수개월정도 세계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종종 친절한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자기도 언젠가 베풀고 싶었다고 하는 것. 이런 받고 또 베푸는 싸이클은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인 줄 알았는데, 완전한(!)미국인들인 이들로 부터 이런 선순환의 얘기를 들으니 어색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둘은 사람 만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인거 같았다.

시애틀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 새벽6시에 같이 일어나서 아침까지 챙겨주고,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한국에 꼭 오라고, 내가 꼭 챙겨주겠다고 몇번씩 얘기했지만, 정말로 존이 한국에 오게 될지는 미지수. 꼭 오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말이다.

존은 참 성숙한 청년으로, 이래저래 배울게 많았다. 빈말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도 배운점이 있다고 하니,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셈.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hatemogi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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