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초가을에 토론토 - 오타와 - 몬트리올 - 퀘벡시티를 렌터카를 빌려 운전해 여행했던 때가 있었다. 편도 거리로는 약 900Km이니, 서울-부산을 2번 왕복한 거리를 두명이서 교대로 운전하며 여행한 셈이다. 학생인 친구도 있고해서, 차안에서 숙박하는 등의 초 저예산 계획으로 고생한 여행이다. 장거리 직선 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써본 처음이자 지금까지의 마지막 경험이었다. (깜빡이 스위치 옆에 있는 크루즈 버튼을 누르면,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떼어도 차가 정속주행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로 세팅해놓고 악셀에서 발을 떼고 양반다리를 한채 운전할 수 있다.)

네 명중에 아예 운전경험이 없는 친구도 있었고, 국제면허증이 없는 친구도 있어서, 나랑 한 친구가 장거리 운전의 고행(?)을 분담했었다.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 어제 밤에 문득 한가지 일이 떠올랐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프랑스언어권인 퀘벡시티에서 여행을 마치고 토론토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내 생애 최대 폭우를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여행은 끝내고 차로 이동중인 시점이었지만, 비가 너무도 많이 내리는 나머지, 차창 와이퍼를 최고속으로 움직여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퀘벡시티의 도로 표지판은 모두 프랑스어로만 적혀있어서, 표지판으로 길찾기도 어려운데, 그나마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고속도로 찾는 길을 잃고 말았으니... 날은 이미 저물었고,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가로등도 보이지 않고, 대체 어디로 가야 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걸까 해매는 상황을 전혀 모르고 쓰러져 자고 있는 동행들을 보니 서럽기까지 했다.

어둡고 한적한 시골마을을 헤매이다, 멀리서 보이는 반가운 간판을 발견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캐나다의 저가(?)커피 체인점, 팀 홀튼(Tim Hortons)을 발견한 것이다. (토론토에서도 팀홀튼의 베이글에 프렌치바닐라등으로 점심을 떼우곤 했었다) 저기라도 찾아가서 길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까이에 차를 대고 문앞으로 뛰어갔다. 그 10여미터도 안되는 거리동안 맞은 비만으로도 온몸이 홀딱 젖은 폭우였다.

가까이 가보니, 이미 시간이 늦어 영업 종료하고, 안에서 청소하고 있는상황. 지도 하나들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며 문열어달라고 했다. 문앞으로 다가와 문의 유리를 사이에 두고 내게 말하는 아르바이트 점원의 말, 입모양만 보였지만 아마도 "영업 끝났어요"였을테지. 홀딱 비에 젖은 생쥐모습으로 뭔가를 말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결국 문을 열어주었고, 나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들어와서 보니, 이 아르바이트생은,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어린 남자애 였는데, 이 동네에 살지만 고속도로 타는 길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알 필요도 없었겠지.

포기하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뒤돌아서려던 찰나, 이 알바생이 나를 부른다. "잠깐만요".

그러더니, 어딘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해당 고속도로를 타는 법을 물어봐주는게 아닌가. 통화하며 내게 설명해주기 답답했는지, 내게 핸드폰을 건덴다. 웁스! 받아보니 알바생의 어머님. 다행히 이 어머님도 영어를 구사하셨지만, 내 영어실력으로 바디랭귀지 없이 의사소통해야하는 전화통화는 어려운일인데... 어쨋건 지금 일단 길을 찾고 봐야하니 묻고 또 물어서 고속도로 방향을 알아듣게 되었다.

결국 그렇게 도움을 받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나오는데, 그 학생의 얼굴이 너무 선해보였고,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그 위험한 나라에서 늦은 밤중에 동양인이 불쑥 쳐들어와서 놀랬을 법도 한데, 작으나마 호의를 보여준게 아직도 기억에 나는거보면 당시 꽤나 고맙게 느낀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길하나 알려준 작은 일이지만 말이다.

어쨋건 여행중에는 여행객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만나가 마련. 한편으로는 소매치기등 악의를 품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말이다. 이번 여행에도 이런저런 모험이 가득할테고, 또 호의와 악의의 사람들을 스쳐만나게 되겠지. 어려운 일도 잘 헤쳐가고 마음 따뜻한 인정을 느끼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참! 아직 얘기 안했지? 이번에 2월달까지 출근하고 3월부터 잠시 쉬기로 했다. 현재 계획은 6개월간 쉬면서 여기저기 여행 다닐 예정. 불경기와 열악한 환율조건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진행중. 기대되는 모험이다.


Posted by hatemogi 트랙백 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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