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에, 미국방문의 첫번째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다운타운을 살짝 벗어난 곳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극성스럽게 스윙댄스를 경험해보려 했던 것이 그 이유였고, 차로 움직인다면 약 30분 거리에 갈 수 있는 곳에 버스를 타고 오가야 했었다. 거리상 매우 가까운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걸린 시간은 편도로 약 2시간. 버스를 두번 갈아타야 했었는데, 각 버스의 배차간격이 1시간씩이었던 것.

특히 두번째 버스를 갈아 탈 때에는 주위에 아무런 불빛도 없는 한적한 정거장에서, 흑인 아저씨 한명과 함께 단둘이 버스를 기다리게 됐었다. 나에게 각인된 선입견으로는 괜히 무서웠다. 그 선입견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버스를 타서도, 버스 안의 다른 승객들 역시 시커먼 분위기가 한가득이었다.

두려움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일단 미국의 대중교통이 형편없는 지역에서 차 없이 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빈민층에 속한다는 선입견이 컸을 거다. 게다가 유색인종은 무섭다는 선입견도 있었을테고 말이다. 하지만 일단, 나역시 유색인종이고, 같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빈민층인 상황이었다.

가진 자는 잃을 것을 염려해, 없는 자를 두려워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순간 만큼은 나역시 별로 가진게 없다. 없는 사람이 있는 자의 무언가를 빼았고자 한다 한들, 함께 버스를 타고 있는 나의 것은 아니겠지. 게다가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은 신발 한켤레, 그리고 현찰 몇 푼.

그리고 어쩌면 그건 가진 자만의 두려움일 지 모른다. 정작 없는 자는, 가진 자들의 힘을 두려워 할지도 모르지.

참, 다른 얘기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막차에 맞춰서 나왔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다운타운으로 오는 버스가 끊겼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끊겼을 경우에는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터미널까지 약 1시간정도를 걸어 올 생각도 있었다. 거기까지만 걸어오면 밤늦게까지 다니는 버스가 있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20여분 걷다가 깨달았지. 정면에서 불어오는 모래 폭풍에 앞으로 걷기는 커녕, 눈을 뜰 수도 없더군. 아! 여긴 원래 사막이구나. 밤에는 모래폭풍이 불어오는구나. 다행히, 막차가 남아있어서, 폭풍 피해 잠시 숨어있다가, 무사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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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cisco, 2년전 포틀랜드에서의 RailsConf2007 참가후, 잠시 들렸던 도시. 아마도 처음으로 혼자 국외여행을 했던 도시인 것 같다. 그 때는 호스텔의 존재도 몰랐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묵지 못했을 것 같다. 덕분에 당시에는 거금 110달러/1박정도를 지불해가며 혼자 더블룸을 이용했던 기억이 있다. 나름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녔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별로 관광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시애틀에서 걸려온 감기로 인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 애쓰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독감에 걸려도 감기약을 먹지 않는 고집불통이지만, 여기서는 순순히 먹게된다. 설마 그 flu는 아니겠지 걱정하면서 말이다. 콜록콜록 골골골.

엊그제 도착해서, Apple WWDC가 개최될 모스콘 센터에 가서 기웃거려봤는데, 한창 JavaOne컨퍼런스가 진행중이었다. 예전같으면 억지로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참석했을텐데, 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작년에 다녀온 cybaek형의 말을 들어보니 가격도 참 터무니 없더군. 알았다 한들 참석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WWDC역시 참 비싼 가격이지만 말이다.)

올해 2~3월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각종 참여하고 싶은 행사와, IT컨퍼런스들을 리스트업했었는데, 거기에 JavaOne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은 되짚어 볼 만 하다. 이런 외부의 정보 흐름역시, 본인의 관심사에 맞게 이어지는건지, 어떻게 그 커더란 컨퍼런스가 내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던 건지 신기할 지경이란 말이지.

이곳의 날씨는 시애틀보다 좀 서늘하지만 꽤 좋은편이다. 가게들도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아서 편리하지만, 그래도 난 씨애틀이 더 좋아. 다음주 WWDC, 내 직업 커리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지금 호스텔의 로비에서 인터넷을 이용중이었는데, 옆에 있던 한 미국인이, 소파에 앉은 일렬의 네 사람이 모두 맥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이건 마치 무슨 맥 TV광고를 보고 있는것 같다"고 지적했다. 풉. 이어서 받아친 사람의 질문 "누가 여기 WWDC를 위해 왔는가?" 그중 3명이 WWDC에 참석하러 왔군. 물론, 이 곳에서의 특수성을 제외하고도 북미지역에서의 맥 사용율은 꽤나 높다. 개발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포함해서 말이지. 웁, 글 저장하고 나니 나까지 8명으로 늘었어. 뭐야 이 호스텔, WWDC전용 숙소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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