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2009: 캐나다, 식생활.

2009.04.21 15:53 from trip
여기서는 1달 조금 넘게 방을 하나 빌려서 생활하고 있다. 이제 딱 열흘 남았군. 대부분의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 아침은 시리얼과 토스트, 점심은 라스프베리 잼을 바른 베이글 도시락을 간단히 먹는다. 대신 저녁을 몰아서 크게 먹는 중. 아침이야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처음엔 점심이 조금 부족했다. 대신 저녁을 조금 일찍, 그리고 많이 먹었지.

직접 밥을 해먹기는 수년 만이라 반찬도 뭘해야할지 모르겠고, 설겆이 시간도 오래걸리고 했었는데, 한 1~2주일 지나니까 식단도 대충 고정되고, 설겆이 속도도 빨라졌다. 냉동식품을 오븐에 구워 먹는거라, 요리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쨋건 잘 챙겨먹고있다는거.

아래가 보통 먹는 저녁식단.



마카로니, 으깬감자샐러드, 오이, 치즈, 계란후라이, 오븐에 구은 (조리된) 핫윙. 그리고, 캐나다의 몰슨 맥주. 생각보다 맥주맛이 훌륭해서 놀랬다. 쌓아놓고 한캔씩 먹는중이지. 이제 다 떨어져가지만 말이다.  맥주캔 크기를 보면 알겠지만, 식사량이 어마어마한데, 저렇게 먹고 디저트로 숭늉과 아이스크림을 또 먹는다.



가끔은 스테이크도 먹는다.

장보다가 보니, 쇠고기가 꽤 싸더라고. 안심스테이크 AA급이 300그램에 캐나다달러 3불이 조금 넘는거 같다. 4000천원정도에 스테이크니 괜찮다 싶어서, 가끔 사다가 먹고 있다. 난 미디엄웰던을 선호하는 촌스러운 입맛인데, 처음에는 레어로 구워져서 실패. 두번째는 너무 웰던, 세번째는 그럭저럭 미디엄웰던에 가깝게 조리해냈다. 캐나다를 떠나기 전에 미디엄 웰던에 성공할 수 있을거 같아.

한국에서 출발할때의 몸무게에서 2~3Kg정도 늘어난거 같아. 3Kg증량 채우고 이동 시작해야지. 앞으로는 실컷 먹고 다니기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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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프로젝트에서 지금까지도 결정을 못하고 있는 사항중 하나가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탱고레슨을 들어볼것이냐 말것이냐지. 초기 계획은 4주정도 기본레슨을 받아보는 것인데, 아직 유동적이다. 막상 떠나오니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고 있어서, 일정을 최소화하려고 하는 중이거든. 탱고라고 하면 막연히 영화에서 봤던 아르헨틴 탱고의 이미지가 내 전부였다. (작년에 허랭에서 딱 1시간 입문 코스 들어본적이 있긴하지만서도...) 단지 탱고는 음악이 매혹적이라 언젠가 배워보고 싶었던 정도.

그러던 오늘, 우연히 아래의 동영상을 발견해서 보았다. 음악이 중간중간 터질때마다의 동작들을 보며 전율이 짜릿하게 흘렀다. 음악에 걸맞게 자연히 춤도 대단히 매혹적이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duZoWYJ9VA 에서 고화질로 감상가능)

저 강렬한 텐션과 딱딱 끊어지면서도 부드러운 중심이동. 어떻게 경직과 부드러움이 공존할 수 있는거지? 짜릿한 매혹에 강렬히 끌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두렵다, 저걸 접하게 되면, 너무 지나치게 빠져들까봐...

저 춤사위, 정말 아름답구나. 절도있는 힘이 넘치는 남성성과, 부드러움의 여성성이 그대로 펼쳐지는듯.

과연 아르헨티나 일정은 어떻게 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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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T conference


제작년에 회사에서 RailsConf 2007을 보내줬었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재밌었다. 지적유희는 큰 행복의 하나라는걸 새삼스럽게 느꼈었지. 그때 마음먹기를 또 그런 해외 컨퍼런스에 참석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내 개인비용을 들여서라도 참석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겼었다.


A dance camp

작년에 2주짜리 안식휴가를 받아, 스웨덴의 허랭캠프에 갔었다.  26년째인 이 행사에서는 4주간 약2천여명이 작은 마을에 모여 재즈댄스 축제를 벌인다. 나는 그 첫째주에만 참석했고, 국제적 소셜댄스의 즐거움, 챔피언급 강사들과의 첫 대면, 그리고 몸속 깊이 유전자에 담겨있는 춤을 끄집어내는 원로 댄서가 보여준 감동이 준 행복은 잊을 수 없다. 기회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된다면 꼭 다시 참석하고 싶다고 마음 먹었었다.



A round-the-world route

세계일주 여행을 할 때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시차적응이 쉽다고 하는군. 그래서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자들은 유럽방면으로 이동하면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는 경로를 많이 선택하는듯. 내 경우에는 참석하고 싶은 행사가 몇개 있었는데, 이 행사들의 시간과 공간이 여행 이동 경로를 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러다 보니, 아메리카 대륙 먼저 진입하고 유럽대륙을 나중에 진입하는 경로로 정했다. 시차적응 제대로 힘들겠지만 말이다.

위에 언급한 두개의 행사가, 이번 여행의 갖가지 행사참석에 영향을 끼친것 같다. 현재까지 참석하기로 한 행사는 다음과 같다.


Lindy'Bout III @ Vancouver, Canada
http://www.lindybout.ca/

밴쿠버에서 열리는 지역 린디합 경진대회인듯. 이런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 국제적인 축제는 아닌거 같지만, 우연히 여기있는 타이밍이 딱 맞아서 참석하기로. 패턴 두어개 새로 익힐것을 기대하는 중.



RailsConf 2009 @ Las Vegas
http://en.oreilly.com/rails2009

최근 Rails쪽에 관심을 많이 두지 못해서, 이번에 가면 못알아듣는 내용이 많겠지만, 분명 큰 자극과 영감을 줄거라고 믿는다.  키노트 발표자중에 4-Hour-Week의 저자가 있다는 점도 특이사항.




Frankie's Birthday Festival @ New York
http://www.frankie95.com/

린디합의 살아있는 전설, 프랭키매닝의 95세 생일파티 축제. 전세계의 천여명의 댄서가 그의 95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뉴욕에 모인다. 이 전설의 할아버지를 작년 허랭캠프에서 뵙게 될거라고 기대했었으나, 할아버지가 급히 다리쪽 수술을 받으시는 바람에 못오시게 되어 못뵜던 아쉬움이 남았었다. 당시 의사의 권유는 다시는 춤을 추지 말라고 했다는데, 결국 회복에 성공하신듯.

이 행사 기간의 앞뒤로 라스베가스의 RailsConf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행사가 있어서, 미국 동서부를 왕복해야하는 부담이 있어서 망설였었다. 망설이다보니, 등록이 늦어졌고, 한 타이밍 놓치고 나니 천여석이 모두 차서, 등록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설마 그렇게 빨리 마감될 줄은 몰랐다.

포기하려던 찰나, 이 블로그를 통해 우연히 알게된 다른 댄서분의 소개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로 결정. 영어도 짧고, 행사운영 같은 경험이 전무한 내가 자원봉사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자신있게 도전해보는거지 뭐. 말로 안되면 몸으로 떼우자고.



Camp Jitterbug @ Seattle
http://www.campjitterbug.com/

프랭키 생일축제의 바로 다음주에 열리는 캠프지터벅. 역시 챔피언급 강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로, 아마도 허랭캠프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기대한다. 한레벨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행사일거라 기대해. 이쯤되면 스카이험프리랑 안면트게되는거 아닌가 몰라.




WWDC 2009 @ San Francisco
http://developer.apple.com/WWDC/

일정이 발표되지 않아, 내 여행스케쥴의 발목을 잡고 있던 애플 개발자 컨퍼런스. 다행이라면, 예상했던 장소와 시간이 맞았다는 것. 하지만 예상보다 참가비용이 훨씬 비싸서 또 다시 망설이게했다. 돈은 나중에 다시 벌면 되지만, 시간은 한번가면 안온다는 랜디포쉬교수의 말씀을 떠올리며 과감히 결제버튼을 눌렀다.

아이폰 개발에 큰 관심을 결실로 이어낼 계기가 될 수 있을거 같아.



그외에도...

그외에도, Erlang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매우 값비싼 교육행사인거 같아서 생각을 접었다. 아직도 째려보고 있는 행사로는 ACM PLDI학회.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 관련 학술발표. 나같은 일반인(?)이 참석해서 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지 심히 고민되지만, 아직 고려대상에는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Herrang 2009에도 참석하게될지도...

무작정 떠난 세계여행에 뚜렷한 목적성이 없는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보니 나름 어딘가 가보고 해보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거군. 많이 경험하고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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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왔는가

이번 여행 프로젝트에 다소 모호한 계획이 몇가지 있는데, 밴쿠버 생활이 그러하다. 약 6주의 생활을 하는 거니, 잠시 여행왔다고 하기는 길고, 여기서 산다고 생각하기에는 짧은 그런 모호한 위치.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은, 오전엔 어학연수(!), 오후엔 나머지 여행계획, 주말엔 스윙댄스를 추러다니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는 짧게 나들이를 즐기며 한가함을 즐기고 있다.

가끔은 다른 누구에게서  같은 목표를 찾을 수 없는 완전한 이방인임을 느끼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누구나 어디에선가는 이방인인거다. 어딘가에 소속된 느낌에 편안함을 느끼길 바라지만, 과연 정말로 소속된 것이었던가?

토요일엔 스윙댄스를 추러 다니는데, 가서 춤추다보면, 간단히 이래 저래 말을 걸어주는 애들이 있다. 어학연수생(?)이 캐내디언으로 부터 말걸음을 당하다니, 이거 참 훌륭한 기회 아닌가? 가끔 너무 빨리 말하거나 어려운 말들을 써서 당황 스럽기도 하지만, 나 한국에서 왔다고 하며 멍한 표정 지으면 친절하게 다시 얘기해준다.

그 중에 한국에도 잠시 놀러왔던 제시카라는 팔뤄워가 있다. 키가 184쯤 되보이는 팔로워로 내가 춤춰본 여성 중에 가장 키가 크다. 제시카를 비롯해 몇명은 이런 저런 질문을 해줘서, 내가 한국에서 왔고, 앞으로도 몇주 더 있을 거라는걸 알게됐다. 그런 질문중에 가슴 속으로 꽂히는 한마디,

"So, what are you doing in Vancouver?"

순간 당황해서 박자를 놓치며 스텝이 꼬이는 질문이다. 표면적으로 영어공부와 여행중이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정말로 왜 왔을까. 밴쿠버가 아니라, 이 커다란 여행을 왜 왔을까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질문이다. 나역시 그 질문을 스스로 하며 대답을 찾는 중이지.

Lynn Bridge 나들이

그건 그렇고, 완전한 이방인으로 떠돌던 중에, 학원에서 알게된 활달한 아그들 덕분에 함께 나들이갈 일이 생겼다. 학원 액티비티로 캐나다 원주민(북미 인디언) 박물관에 갔었는데, 그때 함께 간 아이들이 주말 나들이에 끼워준 것이다. 밴쿠버에 와서 오랜만에 사진기를 들고 나갔다. 날씨도 좋았고, 경치 좋은 산에 가서 상쾌한 공기 마시니 완전 마음 편안해진다.

가서 보니 이들의 지인들이 모여서 열명이 넘게 움직였는데, 다 아시안 애들. (전에도 느꼈지만, 이상하게 끼리끼리 모인단말야) 이들중 왕언니가 83년생인 무리이고, 나는 끝까지 나이를 밝히지 않은채 버티고 있다. (나이를 알면 안놀아 줄까 두려워서 말이지)

 


함께간 일본인 무리. 일본친구들은 딱보면 일본인인걸 알겠단 말이지. 왼쪽부터 유코, 유미, 히토미, 아키나. 아구~ 이름들도 귀여워효.
 

많이도 갔지?


이 다리가 저 긴 이름의 다리. 우측엔 작은 폭포가 있고, 50여미터 아래로 계곡이 보이는 다리인데 걸어가면 휘청휘청 흔들리는데다 난간(?)의 높이가 낮아서 불안했다. 덕분에 스릴있었지만 말이다.





근데, 아주머닌 누구세효?






이 계곡 물은 그냥 마셔도 된는 깨끗한 물이란다. 여기서 도시락 까먹고 쉬고 있는데, 아키나가 바위에 손을 집고 올라가려다, 시계 끈이 풀리면서 계곡물에 시계가 떨어진 일이 생겼다. 떠내려갔을거 같진 않았는데, 보이지는 않고, 아키나는 안타까워하고 있는 상황. 여기서 대한의 청년 둘과 아저씨 1인, 어떻게 할까를 고심하다가, 그 중 한 청년 바지를 걷는다. 그 차가운 물에 다리를 담궈가며 Jump into! 하며 찾으러 들어갔으나, 시계는 보이질 않고 다리만 얼어붙는 상황. 결국 시계는 찾지 못했다.

한국 청년이라 그렇게까지 노력해준걸까? 아님 시계주인이 예뻤기 때문일까? 그 청년 감기 안걸렸나 몰라.


 

돌아오는 배(Sea Bus)안에서 유코가 빛을 잘 받고 있길래 한컷 찍었다. 이뻐서 찍은게 아니라 빛을 잘받아서 찍은거에요, 믿거나 말거나.

파릇파릇한 애들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흐뭇해지지만, 가슴 한켠이 쓰려오는건 왜일까? 나도 저럴 때가 있었나 싶고 말야. 없었을테지만, 이왕 지난 일, 있었다고 착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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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부터 라스베가스에서 하는 RailsConf 2009참가후, 5월 28일부터 시애틀에서 하는 Camp Jitterbug에 참가하기까지 약 20여일의 공백기 여정을 채워넣는 중이다. 시애틀에서의 행사가 끝나면 그다음에는 6월 둘째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는 WWDC 2009에 참석할 예정. 총1달정도를 미서부에서 돌아다닐 예정이다. 렌터카를 해서 돌아다닐까 하다가, 아래의 정보를 발견했다.

어째 내 여행 계획은 자꾸 커지기만 한다.


http://www.eaglerider.com/Tours/Self-Drive-Tours/Las-Vegas-Divine-Run.aspx

바이크 렌탈 투어업체의 여행프로그램, 8박9일 코스다. 할리 바이크 렌탈과 숙소 포함 비용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어디,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까지, 할리 로드킹을 타고 시원하게 달려볼까나? 아니, 일렉트라 글라이드로 달려볼까?


이 모습인가? 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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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스윙 댄스

나는 린디합 댄서다. 남들은 내 바운스를 보고 업바운스라고 놀리기도 하고, 찰스턴 킥동작은 킥복싱의 니킥을 연상시킨다고도 하고, 로봇같이 딱딱한 동작으로 뻣뻣하다고도 하고, 나도 그점을 인정하지만,

나는 어쨌든 린디합 댄서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내가 추는 춤은 린디합(Lindyhop). 1920~30년대쯤 미국 동부 지역에서부터 유행했다고 하는 스윙재즈(Swing Jazz)음악에 파트너와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유럽의 2차세계대전 시절 배경의 영화 스윙키즈에 나오는 주된 춤이다. 실력이나 감각이나 다 그저 그렇지만, 내가 이걸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그저 재밌으면 된다. (그 재미라는게 참 어려운거지만 말이다)



(사진은 flickr에서...)


스웨덴의 허랭캠프에서 만났던 중국인 친구의 소개로 밴쿠버의 댄서들에게 메일로 연락해 볼 수 있었고, 덕분에 밴쿠버에서 스윙댄스를 출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알아놨다. 정보에 의하면 매주 금,토,일 각각 춤출 수 있는 장소가 있더군.

일본 동경에서 오후 6시비행기를 타고, 이코노미석에서 몸을 구긴채 졸다 깨다를 9시간여 반복하고는 오전 11시쯤에 밴쿠버에 도착한 상태다. 민박집으로 이동하고는, 시차적응을 위해 노력한답시고 졸린잠을 참고 버텼다. 민박집 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춤추러 가야한다고 했더니, 흥미를 보이시며 주소를 얘기해보라고 했다. 주소를 알려드렸더니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여기는 좀 멀어서 오가기가 어려울텐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느라 한국에서도 출국 전에 춤을 못춘지 꽤 된데다가, 일본에서는 내가 춤추려했더 일정이 취소된 바람에, 춤을 추지 못한지 2~3주가 넘은 형편이었다. 금단현상, 아니 금춤현상에 몸이 부들거리고 있는 나는, 나는 댄서다. 멀든 가깝든 오늘 돌아올 수 있다면 가야겠다.

9시간 비행과 Jet Lag? 저리가! 난 춤을 춰야겠어. 그 먼 곳이 어디야? 지도로 보면 가깝구만 뭘. 걍 가면 되는거 아니야? 내 열의가 신기했는지, 민박집 아저씨가 갈 때는 한번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신다. 하지만 올 때는 밤 늦게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때문에 데려와주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갈 때라도 데려다 주는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구글 맵의 길찾기 기능의 도움을 받아, 돌아오는 교통편을 알아는 놨지만, 밴쿠버에 처음으로 막 도착한 내가 잘 찾아서 돌아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 그래도 뭐 이것도 여행이자 모험이겠지 싶어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지. 돌아오는 버스편과 갈아탈 곳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콜택시 전화번호를 적어서 길을 나섰다. (택시 비용은 8만원이 예상돼 최후의 수단으로만 남겨두었다. 40킬로면 10시간을 걸어 올지언정 8만원은 좀 아니지 않겠니?)

매주 금요일 밴쿠버 근교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곳은 Langley라는 지역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는 40KM정도 떨어진 거리. 얼마나 먼건지 감이 잘 안오지? 나도 잘 안왔어. 그래도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분명 먼거리는 아니었다. 톨게이트비도 없는 밴쿠버 고속도로를 타고 휙하니 가니 한 30분도 안되어 도착하는 거리였다.

도착하니, 막 초보자들을 위한 지터벅(jitterbug) 강습중이었다. 허랭 캠프에서는 지터벅 배우는 과정이 없어서 신기했는데, 북미지역에 오니 다시 지터벅을 볼 수 있구나 싶었다. 지터벅은 린디합을 간략화한 연습용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강사의 모습을 보니 어째 좀 불안하다. 아무리 지터벅 강사라지만 텐션과 무게중심이 좀 아니다 싶었다. 나중에 보니 이 강사들이 이 곳 커뮤니티의 회장인듯 싶었고, 전체적인 수준은 그러했다. 더 말해봐야 부정적인 얘기일테고, 간략히 정리하면, "한국의 린디합 수준이 대단하구나" 였다. 그래도 나름,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생일빵 시간에 웰컴잼(Welcome Jam)도 해주고 이래저래 챙겨주긴 했지만, 난 이미 숙소에 돌아갈 걱정에 정신 사나워지기 시작해 버렸다.


첫번째 스윙 댄스로부터의 컴백홈

뻘쭘하게 구석에 있다가, 간신히 홀딩신청 들어오면 몇곡 추다를 반복하다가 일찌감치 나왔다. 밤 11시가 되기 조금 전에 바에서 나왔고, 버스정거장을 향해 한참 걸어갔다. 준비해 온 교통편 정보에 따르면 11:47에 버스가 온다. 설마 그전에 한대쯤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완전 시골 한복판에, 날씨는 춥고, 사방은 어둡고 캄캄하며, 하늘에 별은 겁나 많이 보인다. 4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 폭주 뛰는 자동차들도 보였다, 아니 들렸다.

어두운 버스 정거장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후드티의 모자를 뒤짚어 쓴 사람이 어슬렁 어슬렁 내쪽으로 걸어온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곳에서 사람이 다가오니까 순간 무서워졌다.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지. 순간 "여행할 권리"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여기서 무서운 사람의 이미지라 함은 유색인종인데, 내가 바로 유색인종이다"라고. 그렇다. 내가 바로 이들이 무서워하는 유색인종인거다. 애써 무서움을 달래며 진정시키고 있는데, 다가온 사람이 목소리를 깔고 뭐라뭐라 한다.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깜짝 놀랬다. 들은 내용은 "Do you have a smoke-gun?"이었다. 스모크건이 뭐니? 라이터인가? 나는 "I'm sorry that I don't smoke"라고 대답했다. (미안할거 없는 일이지만, 뭐 상황이 좀 그렇잖아?) 상대의 반응은, "Uh, You don't smoke?" 그러고는 계속 지나가던 길을 지나갔다. 얼추 대화가 된걸 보니 맞게 이해한거 같기도 하다만, 지금 와서 사전을 찾아봐도 smoke-gun의 뜻풀이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슬랭이라서 안나온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연 그게 라이터를 뜻한게 맞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버스는 11:45분에 도착했다. 그 추운데 길에서 50분정도 추위와 공포에 떨었던 거지. 버스도 야간 버스라서 인지, 아니면 외곽 지역이어서 인지, 불을 끄고 다닌다. 무슨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의 버스도 아니고, 시커먼 버스가 오더니, 정거장에서 멈추고 나서야 문을 열면서 실내등을 켰다. 그제서야 버스기사 아저씨와 맨 앞자리에 앉은 백인 청년이 보였다. 내가 타고 자리에 앉으니 다시 실내등을 끄고 달린다. 그렇게 시커먼 버스안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음 버스로 갈아탈 곳에서 내렸다.



(버스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사진은 flickr에서...)

내려서 보니, 다음 버스까지 또 40여분을 길에서 기다려야 했고, 저녁도 안먹고 춤춘 다음인지라 배가 고파서 그동안 뭣좀 먹어야겠지 싶었다. 멀리 반가운 맥도날드가 보여서 가봤으나, 24시간 영업이긴 해도, 그건 테이크아웃 전용. 그냥 포기하고 근처 주유소의 편의점에 들어갔다.

이 편의점의 모습이 내게는 조금 생소했다. 일단 출입문에 들어갈 때 부터 초인종을 누르면 안에서 겉모습을 보고 멀쩡해 보이면 문을 열어준다. 난 들어갈 때에 나오는 사람이 있길래 그냥 열린문으로 들어갔는데, 계산대 안의 점원이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마땅히 먹을게 없어보여서 초코바 하나 사고선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이 계산대 앞에 왠 쇠창살이 쳐져 있고, 어디로 초코바를 놓고 돈을 내야하는지 알 수 없는 시스템. 계산하려 하니까, 점원이 서랍을 앞으로 내밀었으며 거기다가 초코바를 얹어 놓으니 서랍을 다시 자기쪽으로 가져가서 계산하고는 돈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무장강도에 대비해 그런 쇠창살이 있고, 계산하는 순간에 안으로 총을 들이대고 위협할 수도 있어서 그렇게 방어 수단이 있는거라고 한다. 무슨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전당포 모습 같았다.

초코바 하나로 잠시의 열량을 채우고 다시 나와서 버스 기다리기. 그래도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버스는 도착했다. 두번째 버스는 종점까지 가는 거라서 편안히 쉬다가 내렸고 마지막은 스카이트레인(SkyTrain, 밴쿠버 지상 무인열차 시스템, 일단 여기까지 오면 찾아다니기 쉽다)으로 이동. 결국 이렇게 해서 기다리는 시간과 이동시간 다합쳐서 2시간 반정도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추위에 떤 몸을 뜨거운 샤워로 좀 달래고 취침.

이렇게 다녀온 Langley의 스윙클럽. 너무 멀어서 이제 안가기로 마음먹었고, 일요일은 여기보다 더 먼데서 하므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기로했다. 그래도 매주 토요일은 다운타운 근처에서 한다고 하니 그 곳에만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두번째 스윙댄스 on Saturday Night

고생한 바로 그 다음날, 다운타운과 가까운 스윙클럽에 갔다. 어렵사리 길을 못찾고 돌아다니다가 간신히 찾아갔는데, 찾고 보니 스카이트레인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들어가서 춤추는 모습들을 보니, 숨통이 트였다. 그래 이거야! 북미의 스윙댄스. 어디나 마찬가지 인듯, DJ와 가까운 곳에 고수들이 노는 영역이 따로 있었고 멀어질 수록 초보자들의 영역이었다. 소심한 나는 초보영역에서 몇 명만 홀딩하며 춤췄는데, 그들과는 스윙아웃이 되지 않아, 지터벅만 열심히 출 수 밖에 없었다.

활달히 돌아다니는 팔로워(follower, 커플댄스에서 여성)중에 괜찮은 움직임과 균형감각을 보여주는 팔로워가 있었는데, 홀딩 신청할까 망설였지만, 내 소심한 마음은 결국 신청할 수 없게 만들었지.

  1. 뭐라고 신청해야하지?
  2. 긴팔을 입고 왔더니 그새 더워서 땀에 젖었어.
  3. 낮에 김치 먹고 왔는데 김치 냄새 많이 날까?
  4. 그녀는 도도해 보여. 거절당할지 몰라.

등등의 이유로 망설이다 그만뒀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조금은 고수영역쪽으로 올라가서 춤춰보았으나, 만족스러운 스윙아웃을 경험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고수영역을 바라보고 있으니, 잘추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몇몇은 한국의 최상급 수준을 넘나드는 정도로 보일정도. 구경만 하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볼거리라도 생겼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왔지. 돌아오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세번째 스윙댄스

그 다음주 토요일에 그 다운타운 근처의 스윙클럽에 찾아갔다. 찾아가는 동안 마음 먹었다. '자신감을 갖고 과감히 춤추자'고. 이번 여행 과정에서 찾고자 하는 것의 하나, "당당한 자신감"을 가져보는 거지.

시작 시간인 9시에 맞춰 가려고 했으나, 숙소를 이사한 바람에 이동 시간계산을 잘못했다. 9시 반쯤 도착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잘된일. 분위기는 서서히 무르익고 있었고, 지난주에 보였던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이제는 아예 자리를 고수들 노는 데  근처로 잡았다. 혼자 앉아도 부담없는 자리에 옷을 걸어 놓았지. 몸 좀 풀고 몇곡 구경.

지난주에 발견한 그 도도해 보이는 팔로워가 오늘도 보인다. 어쩔까 망설이다가 큰맘먹고 가서 홀딩 신청했지. "Would you like to dance?"가 여기서 들리는 말들이지만, 난 아직도 "Can I dance with you?"를 쓴다. 지나치게 정중한건 아닐까도 걱정되고, 이들에게 신선한 표현일지 이상한 표현일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원하는 결과는 얻을 수 있다.

소셜댄스에서는 왠만해서는 춤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약속 비슷한것이 있어서, 이 도도해 보이는 팔뤄도 내 춤신청에 응했다. 시작하는 표정은 썩 좋지 않다. 노래가 시작 되었고, 늘 하듯이 가벼운 무게중심 이동 테스트에 이어 스윙아웃 두번 내보내 봤다. 음, 잘나가는군. 상대도 느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그 한곡, 아주 괜찮았다. 나보다 약간 고수인 수준인거 같아서 아주 잘 맞았다. 한곡이 끝나자 마자, 바로 이어서 한곡 더 추자고 제안해왔고, 나로써야 거절할 이유없었지. "Would you like to dance again?", "Yes, please" 플리즈를 꼬박꼬박 붙여주는 나는 너무 정중한건 아닐까? 핫핫. 두번째 곡이 끝나고 이름도 물어봐주고 해서 서로 통성명도 했다. 그 뒤에 한곡도 아주 잘맞았고, 간만에 꽤나 재밌는 춤을 추었다.

용기를 얻어 계속 몇명에게 춤 신청을 했고, 그렇게 통성명을 한 사람이 예닐곱명. 다음주에 가면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춤출 수 있을듯. 특히 잘맞었던 Kenyon(?)과는 다음주에 꼭 다시 추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지.

다음주 토요일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춤춰볼 수 있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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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 도착했다.

일본을 떠나 캐나다로 날아왔다. 여행시간은 연착된 시간을 다 합해도 아홉 시간이었다. 아시아에서 북미까지 이 정도면 최단시간 이동이 아닌가? 비행기에서 푹자고 시차적응을 끝내보고자 했던 생각은 큰 욕심이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일주일이 넘게 지난 지금도 적응하지 못해서 낮에는 헤롱거리고 새벽에는 잠에서 깬다.

5년 전에 토론토에 갔을 때에도 시차적응에 3주 넘게 걸렸던 기억이 있어서 나이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나이탓으로 돌리지 않아도 되는게 오히려 다행이다. 훗)

그 5년전에는 병특 근무를 마치고 어학연수를 왔었더랬다. 나름 유학을 앞 둔 연수기간이었고, 전공 관련 서적을 무겁게 잔뜩 들고 왔지만 막상 와보니 내 끔찍한 영어 실력을 몸소 깨닫게 되어, 거기서나마 영어공부를 했었다. 어학연수라는게 참 놀기 좋은 환경이라서 노는 시간이 더 많았을테지만 말이다. 입시 재수도 하지않고, 휴직도 없이 졸업한 학창 생활과 직장 생활을 연이어 왔으니, 조금쯤 놀아도 괜찮겠지 싶었다. 그 때 너무 짧게 놀다 온 것이 아쉬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한번 놀러 오겠다는게 이번 기회가 되었다.

이제와서 뭐하나 싶지만, 뭔가 규칙적인 생활도 할겸, 오전에 ESL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밴쿠버에서는 오전에는 영어공부, 오후에는 나머지 여행준비와, Erlang공부, iPhone개발을 해볼 계획이지. 학원과 숙소는 내 발로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이제 유학원등을 거치지 않고도 다 직접할 수 있겠지 싶었고, 홈스테이말고 그냥 룸렌트로 바로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

학원에 가보니, 참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5년 전에도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이었으니, 지금은 오죽하겠나. 오랜만에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도 받고, 반에서 어린애들이랑 영어로 떠들기도 하고, 어제는 여가활동이랍시고, 아이스하키장에 가서 스케이트도 탔다. 같이 간 애들은 20대 초반쯤 됐을까? 훗훗.

숙소는 일단 한인민박집에 일주일간 임시로 머물며 나머지 한달간 머물 숙소를 찾기로 했다. 룸렌트나 룸메이트 구한다는 정보를 찾아 여러군데 찾아가봤지만, 이래저래 조건이 맞지 않았다. 덕분에 방보러만 한 열군데 돌아다닌듯. 학교다닐 때 동기들이 하숙집 구하느라 스트레스 받았던 모습이 뒤늦게 떠올랐다.

결국은 한 필리피노 가족의 하숙집을 구했는데, 아주 깔끔깨끗해서 마음에 든다. 한인마트에서 김치도 사오고, 이런저런 장도 보고, 한달간 생활할 공간을 자리잡은 셈이지. 편하고 저렴한 공간을 확보한건 좋지만, 그동안 방보느라 시간 쓴걸 생각하면 과연 고작 한달간의 생활을 위해 이렇게 시간을 써도 괜찮은걸까 싶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 일주일간 의식주문제로 시간을 썼다. 기본여건이 해결이 안되니 하겠다던 공부할 시간은 없더군. 어제부터야 간신히 첫 여유를 찾은셈.

자, 이제 놀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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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크게 옛 추억 되돌아보기와 배낭여행생활에의 적응하기였다. 그간 배낭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그나마 익숙하고 안전한 해외에서 시동을 걸고자 함이었지.

일본 동경에서 옛추억을 주워담고 있다고 말했더니, 무라이가 말하길, "그거 참 좋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여행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 여행 끝내고, '내 인생 이정도면 좋았다'라고 생각하며 위험한 일은 저지르진 말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며칠간 기억을 주워담은 기분은, 음, 그랬다. 내 일본생활 나쁘지 않았다싶다. 나름 즐거운 일도 있었고, 자그마한 모험거리도 많았고, 나름 적응하려 발버둥쳤던 소중한 노력들도 있고, 그 과정에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있었을게다.

여행으로의 일본생활은 아무래도 훨씬 편했고, 큰 부담없이 이방인 생활을 누려볼 수 있었지. 언어가 안통하면 안통하는대로. 예전에 갔던데도 다시가보고, 새로운데도 가보고 했다. 갔던데를 또 가더라도 그때그때 다른점이 있다. 같은 관광지가 새롭다니, 그것 참.

이번 일본여행의 숙소는 호스텔. 국제유스호스텔에 가입된 곳은 아닌데, 사쿠라 호스텔이라고, 동경에 여러지점이 있는 국제적 호스텔이었다. 나는 이케부쿠로지점에 있었는데, 도미토리룸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깨끗하고, 샤워시설, 화장실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이런 호스텔이라면 계속 가도 문제없겠다 싶었다. 다른나라들은 어떠려나...


신주쿠에 있는 도쿄도청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힐튼 호텔.


한 때는 이런 데서 숙박한 적도 있지만 서도... 이젠 엄연히 배낭여행자.
예전엔 해외여행가면 당연히 호텔에서 자는 것인 줄 알았다.


우에노 근처를 정처없이 떠돌다 보니 국립서양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루브르 미술전 관람. 일본인들의 유럽 예술에 대한 갈증은 대단한거 같아. 파리의 루브르 못지 않은 인파에 놀랬어. 나도 예술분야에 살짝이나마 관심을 가져봐야할까봐. 너무 무식해주잖아.




사쿠라호텔의 같은 방에 머문 친구들. 잠깐잠깐 같이 돌아다녔다.
(왼쪽부터 이름 발음어려워서 기억 못하는 프랑스 친구, 영국에서 온 쌤,
프랑스인 줄리-지금은 암스테르담에서 일한다고)
줄리는 쌤의 영국발음을 매우 좋아했다.

쌤은 런던이 아니라 론돈에서 왔다더군. Well....




일본에서의 8박9일 여정을 마치고,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 예전에는 나리타익스프레스(2900엔?)아니면 도심공항버스(3100엔?)를 이용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단돈 1000엔에 공항까지 갈 수있는 급행열차가 있길래 이용했다. 닛포리에서 공항 2터미널까지 1시간반정도에 가는 듯. 동경에 꽤 자주 왔던거 같은데 왜 이런걸 몰랐을까...

자, 그 다음은 캐나다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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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2부는 동경에서의 4박5일 동안을 정리해본다. 1부에서 5박6일간 동북부를 돌고, 마지막날에 동경에 진입했다. 짧은 1박2일 동안 최군과 잠시 관광한 뒤, 나머지 시간은 나 홀로 예전 추억을 주워담기로 맘 정했다.

최군과의 마지막 날

내 여행의 시작을 동행한 최군은 5박6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었다. 최군은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의 맥주 기념관과 도쿄돔을 가보고 싶다 했지만, 시간상 둘중 하나만 택해야하는 상황. 점심은 이미 정해 놓은 맛있는 라멘집에 가서 먹어야했기에, 에비스 맥주기념관과 도쿄돔중에 하나만 택하기로 했다. 신칸센을 탈때마다 필수 지참한 음료가 있던 우리가 선택할 여행지는 여지 없이 그 곳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 에비스 ALL MALT BEER
'


새로 나온듯한 YEBISU HOP. 약간 거칠고 강한 탄산의 맛. 꽤 괜찮았음.
이거 말고도 흰색 캔의 에비스까지 두종류가 새로 나왔더군.


맥주 시식 코너. 두가지 에비스 맥주와 두가지 유럽(독일과 영국인듯)의 맥주를 비교 시식할 수 있다.


최군과의 마지막 식사는 이 곳의 라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멘집 2군데중 한 곳이자, 3년여간 못가봤기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아주 진한 국물의 라멘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의 라멘에 도전해 보시길.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하고자 12시전에 서둘러 갔건만, 그래도 늦었는지 20분이나 기다려서야 먹을 수 있었다. 역시 이곳의 진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그리고 반숙계란 아지타마의 맛은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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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곳

처음 일본에 파견을 갔을 때에는 동료직원 셋이서 한집에 살았었다. 후에 다른 두 동료가 돌아가고, 나혼자 남게 되어서는 독채로 이사했지. 그렇게 두군데의 거처에서 살았던 셈. 언젠가 혼자 다시 동경에 오게되면 꼭 되찾아 가보겠다 생각했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렇게 도심에 사는 호화로운 생활은 쉽지 않다고.


욧츠야3초메역 근처에 있던 마트. 여기서 장을 보았지.
역시 나중에 이사가고야 알았지만, 도보 거리에 큰 마트가 있는 것도 아주 바람직한 일.


주말이면 종종 애용했던 집근처 프레쉬니스 버거.


우리집 옆에서 공사하느라 먼지와 소음을 일으켰던 건물이 완공되었더군. 이 건물 지으려고 그 난리였던게로군. 훗!


프레쉬니스 버거 옆에 있던 모스 버거. 두 종류 일본 버거집이 가까이 있어서 골라서 먹을 수 있었지.
맛은 둘째치고, 모스버거가 금연구역이라 더 자주 이용했었다.


집앞 교차로에서 신주쿠 방면 도로


우리가 살던 맨션. 3LDK에 호화 시설이었지만, 청소등의 관리는 열심히 안했지.


이 것이 우리가 살던 맨션. 하지만 막상 밑에서 바라보니 어느 쪽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더군. 9층이었던거 같은데...



이 프레쉬니스버거는 집에서 좀 먼 신주쿠3초메쯤에 있지만, 24시간 영업이라, 늦은시간에 배가 고플 때 여기를 가기도 했었다. 기념으로 좋아하던 테리야키버거 세트를 먹으러 갔는데, 세트는 점심시간에만 제공한다는 점원의 답변. 음, 바뀌었나보군.


여기는 나중에 독채로 이사간 맨션. 6평크기에 욕실, 세탁기, 키친, 그리고 심지어 베란다까지 있어 놀라웠던 맨션. 처음엔 그 좁은 크기에 답답했지만, 조금 지나니 다 익숙해 지더라.


문패


집근처 강가 주변에 강변공원이 있어서 가끔 조깅을 했었다. 지나가는 유람선은 아사쿠사에서 오다이바로 가는 유람선. 나도 두어번 탄 적 있지. 좋아하는 일본영화 "도쿄타워"에서도 저 유람선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당시엔 몰랐던, 그 공원의 이름.


집앞 도쿄메트로역. 회사까지 한방에 연결되는 지하철. 지금생각해도 이건 너무 사치스러운 생활이었던듯.
그래 그래 저런 데에 살았더랬지.




회사와 그 주변

그 짧은 일본생활중에 집도 두채 거쳐갔고, 회사도 중간에 사무실을 이사하게 되었었다. 회사 생활 나름 드라마틱 했던듯. 두 사무실 모두 진보쵸역 근처였다. 특히 첫번째 사무실은 센슈대학 근처였는데, 나중에 "여행할 권리"라는 책에서 보니, 이 근처에서 시인 "이상"이 마지막을 맞이했을 거라고 추측된다더군.


정면 멀리에 보이는 흰색 건물이 센슈대학.


이것이 첫번째 사무실이 있던 건물. 역시 호화스러웠다. 난 이곳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지진을 느꼈었다. 화장실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순간이었는데, 몸이 비틀거리길래, '앗 내가 너무 힘을 줘서 빈혈이 왔나?' 생각했더랬지. 알고보니 그게 내가 느낀 첫번재 지진이었다. 몇개월 지나니, 지진에는 익숙해져서, 흔들리는 모니터 붙잡고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었다.


여기가 내가 급여통장을 개설하고 해지했던 미즈호은행 진보초역점. 그 당연한 일조차도 하나의 작은 모험이었지.


한조몬센과 토에이신주쿠센이 지나던 회사근처 진보초역


여긴 사무실 근처 한국음식점 "체고야"(최고야). 나 처음 오고 환영회를 여기서 했는데, 그 첫 회식때 만취해 실려가서,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었던 그 곳. 에효. 일어를 전혀 못할 때라, 일본인 동료직원들과 영어로 떠들었다는 후문이 들린다. 물론, 내 기억엔 그런 일 없다. 


여긴 내가 처음으로 일본 라멘을 먹었던 곳이자, 가장 좋아하는 라멘집 두곳 중 나머지 하나. 한국 입맛에도 심하게 느끼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함께가는 누가 있어도 무리 없이 함께 갈 수 있다.
 

모리아와세 쥬시 츠케멘을 주문. 깨끗히 싹 다 먹었다. 역시 만족스러운 맛.


츠케멘 국물


회사앞 패밀리마트, 그안에 탁구장이 있어서, 동료들과 종종 탁구 토너먼트를 벌였었다.




귀국전, 핸드폰 해지했던 곳.


잠시 다녔던 킥복싱 도장. 당시 관장님은 일본 K1-MAX 준우승했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의 사진이 걸려있는걸 보니, 관장님이 바뀌었나보다.
 

이 건물에서 프로에게 6개월정도 배우고,
나머지 기간에은 야매로 킥복싱 기반의 종합격투기를 배웠더랬지.


자주갔던 스타벅스


친절하진 않지만, 꽤 맛있던 돈까스 집.

회사 동료들과의 재회

나 귀국한 뒤 한국에도 놀러왔던 코자카이상에게 연락을 했다. 흔쾌히 저녁을 먹자고 했고, 저녁시간까지는 잠시 시간이 남아서, 일본왕궁 근처 좀 산책하고 나서 이동.





이케부쿠로의 소바집으로 이동. 코자카이상의 대학동기 주인이자 요리사인 소바집이었는데 단촐한 정겨운 분위기에다가, 맛있는 안주들. 게다가 추천메뉴들을 알아서 골라주어서 편안하게 떠들며 이거 저거 맛볼 수 있었다.



아키타 지역 명물이라는데, 굳이 이름붙이자면 하자면 "스모키 다꽝".
단무지는 단무지인데 베이컨 굽든 스모키로 구운듯 해서 독특한 맛이 있다.
맥주 안주에 제격이었다. 


이건 소바유에 고기를 구워넣은거 같은데,내 입맛엔 별로.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듯.



이건 두부요리.



이건 가지 요리인듯. 가지를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꽤 먹을만했다.



코자카이상의 대학동료이자 소바야의 주인인 나카타상. 원래는 프로복서였다고. 프로복서 시절 한국의 챔피언에게 사사받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프로 데뷔후 몇경기 치르고는 눈의 부상으로 인해 복싱계를 떠나야했고, 그 후로 소바집을 한다고 한다. 음식점 주인과 손님의 관계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대학동기인 코자카이상에게도 매우 깍뜻한 존대말 말투로 응대했다.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히 대해주어 인상적이었던 사람.


누구누구가 오는지 모르고 갔었는데, 가보니 코자카이상이 이미 다 준비해 놓은 상태, 한명씩 한명씩 퇴근후 이 소바집으로 합류했고,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의 등장에 반갑고 놀라웠다. 그들끼리도 오랜만에 만난다는 듯.


메인요리 - 타누키 소바였던가. 여러명이 먹기에 아쉬울 정도로 맛있던 소바.


모토이상. 왕년에 주니어 유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가까이 있으면 그 포스가 예술이지. 본인은 주니어라고 우기지만, 주니어라고 해도 세계 챔피언이 어디 흔한건가. 때마침 소바집 주인 프로복서와도 엘리트 스포츠 세계의 어휘를 주고받아서 신기했다.




코자카이상의 친구가 추천해준 가게로 2차이동. 난 저런 메뉴보면 도통 뭐가 뭔지 모른다. 내 일본생활의 컴플렉스(?)였던 부분. 하긴 내가 한국말을 공부하는 외국이라고 한들, "원조 무교동 낙지 볶음"따위의 어휘를 알기는 쉽지 않겠지.


코자카이상의 친구들. 전에 만났을 때는 둘다 혼전이었던거 같은데, 이번엔 둘다 유부녀가 되셨다고.


모토이상과 코자카이상. 지금은 야후재팬에서 근무하는 모토이상 말이,
자바스크립트 개발자 뽑고 있다던데, 지원해볼까? 푸흡.


생굴요리. 맛있어 보였지만, 난 굴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패쓰!


스파케티. 맥주 안주로는 불합격이지만, 맛 자체는 훌륭했다.


헤어지기 직전 마지막 한컷. 이들과의 회식은 즐겁고도 힘들다. 특히 모토이상과 무라이상은 활달하고 말이 많은 편이어서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어도 시간이 휙휙가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어를 배우는데 톡톡히 한몫했다. 매 회식 때가 훈련이자 레벨업의 기회였던듯. 이날도 오랜만에 한레벨 업된거 같아.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말 못하고 듣기만 해야하지만, 내가 한국말로도 원래 그렇지 않던가?

오랜만에 반가웠다. 다들 나름의 위치에서 잘들 지내고 있는거 같았고.


추억의 주워담기

나름 가슴깊이 간직했던 추억을 되새겨보고자 이리저리 돌았던 동경의 여러곳, 기대했던 그대로인 곳도 있었고, 변한 곳도 있었고, 아예 없어진 곳도 있다. 예전 그대로라고 반가워할 일도, 없어졌다고 아쉬워할 일도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은 변해가는 거고, 내가 그 당시에 어떤 장소에서 경험을 했었던 것은 내 안에 담아진 추억일 뿐, 이미 그 장소의 흔적들은 많이 변했고, 나역시 그 사이 변했음이 틀림 없을테지. 잘은 모르지만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란게 그런게 아닐까? 내가 있었던 추억이 함께하는 곳이지만, 정작 그곳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을뿐.

한번 떠나면 돌아갈 곳은 없다.

떠나든 남든 그 때 그 장소에서 행복한 경험해가며 즐거운 추억을 남기며 변해가면 그걸로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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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2009 프로젝트, 첫번째 나라는 일본이었다. 원월드 세계일주항공권의 조건을 이래저래 맞추다보니 나리타 공항을 들렸다 가는 일정이 보였고, 비교적 익숙한(?)나라인 일본에 들러서 전체 여행에 대한 준비운동도 하고, 예전 추억이 남은 장소들을 되돌아 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라멘과 생맥주가 너무도 그리웠다.

이번 프로젝트의 응원차원이었는지, 오랜 친구인 최군이 일본여행의 앞부분 5박6일을 함께 했다. 최군과 함께하는 전반부에는 JR East Pass 5일권을 이용해서 일본 본섬(혼슈) 동북부를 종단하고, 최군이 돌아가고 혼자남은 후반부에는 도쿄에 혼자 남아 이곳 저곳 떠도는 일정.

즉, 최군과 함께한 일본여행 1부는, 일본의 동북부 일주. 계획도 많이 세우지 않고, 단지 숙소 위치 정보만 대충 확보한 뒤, 나리타 공항에 내려서 무작정 JR East Pass끊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여행. 사실, 내 이번 여행 전체가 그러한 스타일이긴 하다.

그래서 결국, 5일간 자유로이 떠돌 수 있는 열차표 하나만 믿고, 매일 아침 즉흥적으로 결정한 목적지에 따라 이동한 경로는 다음과 같았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도쿄 > 키타카타 > 센다이 > 아오모리 > 아키타 > 타자와코 > 도쿄

센다이까지는 대략의 일정이 있었는데, 단지 구매한 열차표로 신칸센을 자유로이 탈 수 있다는 점과, 혼슈 최북단 도시까지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욕구에 힘입어, 아오모리까지 돌게 된다. 예전에 알게된 한 친구가 아오모리에서 살고 있다는 점도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았겠지만, 딱히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으니 큰 연관은 없었다 하겠다.


키타카타(喜多方)의 라멘

최군이 어딘가에서 알아온 정보에 의해, 라멘으로 유명하다는 지역, 키타카타에 가기로 했다. 1차 목적지인 센다이 가는길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정보와, 내가 라멘을 꽤나 먹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채택된 지역일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쿄에서 4시간이상 투자해서 여기까지 라멘을 먹으러 가는건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나름 아무 특별한 목표의식없는 방랑 모드에 딱 부합되는 지역이라 아주 적합했던것 같다. 시오차슈멘과 소유멘을 주문했고, 역시 그리웠던 생맥주와 차항도 함께 먹었다. 저녁식사를 해결하고는 이미 시간이 늦어서, 해당 지역 근처의 첫번째 호스텔을 찾아 갔다.




이번 여행에서 빠질 수 없었던 에키벤(기차역 도시락)과 맥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칸센을 탈때면 언제나 마셔주기!


반다이 고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역 열차


목표 라멘집


일본의 생맥주는 최하 평균이상의 맛!


라멘집이 많은 것을 관광상품(?)화 한듯.


시오(소금)라멘은 처음 먹어봤는데, 앞으로는 그냥 소유(간장)라멘을 먹어야겠다.


소유라멘. 조금 뺏어먹어보니, 이 녀석이 맛이 괜찮았다.


이미 시간이 늦어 조용한 키타카타 라멘 거리.


라멘 거리의 가로등은 귀여웠다.


키타카타 근처에 있는 유스 호스텔을 어렵사리 찾아 갔다. 다다미 바닥이었고, 근처에 온천이라고 우기는 대중탕이 있어서, 그 짧은 시간에 꽤나 쌓여버린 피로를 풀어주었다. 숙소는 다다미에 3인실 쯤 되어보였지만, 우리 외에 남자 숙박객이 없었는지, 우리만 이용했다. 고원 지역이라서 인지 매우 추워서, 나도 자는 중간중간 잠이 깼고, 창가에서 잤던 최군은 바로 감기에 걸려주심. 고멘네~

센다이(仙台)

둘째날 이동한 센다이는 나름 큰 도시였다. 먹을 것으로는 규탄(소의 혀를 구워 먹는 고기요리)이 유명한 지방이었다. 또 마츠시마(松島)라는 섬들(군도)이 있는데, 이 섬들의 절경이 일본 3대 절경에 든다는 애기를 들은 것. 사람들의 의견은 3대절경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하고, 큰 기대 없이 가면 볼만하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었다. 센다이 역의 관광정보센터에 쳐들어가서, 유스호스텔정보와 마츠시마에 다녀오는 방법을 설명듣고, 마지막 유람선을 타기 위해 마츠시마쪽으로 돌진.

마츠시마 유람선을 타고, 섬들의 절경을 감상해주었다. 유람선이 층별로 가격이 달랐는데, 우린 아무 생각없이 가장 저렴한 티켓을 그나마 할인권을 주고 1200엔 정도에 탔는데, 1층에만 있을 수 있는 티켓이었다. 아쉬웠지만, 2층에 있고자 500엔을 더낼 수는 없는 법! 그 돈으로 우리는 일본 새우깡에 맥주를 두캔(병)씩 마셔주었다.

내 느낌으로는 절경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풍경. 마치 무슨 수묵화를 보는 듯한 수수한 아름다움이랄까. 하지만 나같은 일반인으로써 과연 저게 어째서 3대 절경안에 드는 절대경치인지는 쉽게 이해할 수는 없다.

마츠시마 유람선을 돌고 내리면, 바로 앞에 즈이겐지(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다)라는 절이 있었고, 나름 볼만한 절이었다. 최군에게 행운의 5엔 찾아 던지고 소원빌라고 하고, 사람들 손씻는 물을 약수라고 얘기해서 마시게 해준 작은 기억이 남은 절이었다. (머 어차피 상관없지 않은가?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에 가도, 한국사람들은 거의 다 그 물 마신다. 마셔도 상관없고 말이다.) 절 구경까지 마치고,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유스호스텔 예약을 마치고, 센다이 역으로 복귀.

센다이역에서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기로 해는데, 최군은 여기까지 온 이상, 규탄을 먹어봐야겠다는 입장. 난 규탄은 먹기 싫었고, 가격도 만만치가 않아서, 결국 따로 먹었다. 난 소바에 텐동세트를 따로 먹고, 최군은 사람들이 조금 줄 서 있던 가게에서 규탄을 시식했지. 맛은 괜찮았나 모르겠다. 내가 규탄의 맛에 관심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최군은,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다.



유람선 선착장으로 이동하는 열차


마츠시마의 한 풍경. 계속 비슷한 풍경이 좌우로 연출 된다.


절경을 안주삼아 선상에서 아사히와 마츠시마 지역맥주를 즐겨주었다. 어디가나 빠질 수 없는 맥주 음주.


위의 사진은 최군과 쇼이치군. 쇼이치군은 센다이의 유스호스텔 같은방에 머물게 되어 알게된 나고야에 사는 대학졸업반 학생. 졸업을 앞두고 긴 여행중이라고.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였던데다 아직도 축구를 좋아해서, 이번 여행 직전에 한국 울산과 일본 나고야팀의 친선경기를 보러 한국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 직후인 이 때는 JR "청춘18세"티켓(JR 열차 전체를 탈 수 있지만 완행열차만 탈 수 있다)를 이용해 나고야에서 센다이까지 온 것. 열차만 14시간 탔다는군. 훌륭한 청춘이야. 우리도 이 티켓을 이용하려 했지만, 우린 이미 이런 열차여행을 감당할 수 있는 청춘이 아닌 관계로, 신칸센을 타게 되었다.

센다이에서 묵은 유스호스텔은, 아주 깔끔하고 심지어는 아름답기까지 한 일본식 가정집 같았다. 할아버지가 직접 모든것을 관리하는 유스호스텔이었던 같은데, 수려한 집안 곳곳의 장식에다, 특히 끝내주게 좋았던 오후로(욕탕)은 모든 피로를 날려주었다. 최군과 나는 이 오후로를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애용해 주었다.

아침은 아주머니가 정성것 준비해주신 (빵도 직접 구운것 같다. 설마 아니겠지...) 호텔식 아침식사. 일본식 아침을 기대했던 최군은 실망했지만, 난 그 정성스러운 느낌에 또 한번 감동. 이 유스호스텔의 이름은 도-츄-안(道中案, DOCHUAN). 쇼이치군의 말에 따르면, 이 유스호스텔은 일본 유스호스텔중에서 탑레벨로 랭킹되는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음, 일본은 유스호스텔도 랭킹을 매기나?)


센다이역


센다이역에서 센다이성으로 가는길에 있는 거리. 나름 유명한 관광 스폿인듯.


이 날 우리에게 걸려들어서 일일 가이드가 되어버린 센다이 여행자 쇼이치군.


센다이 성주였던듯.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나 머라나. 모자에 달린 초승달 모양의 장식은 꽤 폼나더라. 센다이 성은 오래전에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성주변 터만 남아있었다. 돌로 쌓아올린 성터를 부수려면 어떤 전투력을 보유해야하는 걸까.


성주변에서 유명한 간식(?)꺼리. 센다이 성주의 아내(?)를 이름으로한 케익스러운 간식. 괘 달콤하니 맛있더라.


이건 쇼이치의 일본 관광책자에도 나와있고, 우리가 갖고 있던 한국 자료에도 나와있던 슈크림케익. 모양이 좀 만화에 나오는 그것 같은데, 어쨋건 그럭저럭 맛있는 녀석. 우리 같은 아저씨 입맛에는 조금 느끼했지만 말이다.


아오모리(青森)

이쯤 되니 신칸센 이용하는 요령도 늘었다. 시간표도 볼줄 알고, 역무원에게 어디까지 간다고 얘기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영어, 일어, 한국어를 각각 사용해 봤는데, 모두 아주 잘통했다.

언어에 대해 잠시 딴 얘기가 생각났다. 일본인과 대화할 때, 어설픈 일본어보다는 어설픈 영어가 낫다는 점 (유창하다면 일본어가 낫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일본에서 근무할 때 느낀점이기도 한데, 일본인들에게 내 어설픈 일본어로 얘기할 때와 어설픈 영어로 얘기할 때의 반응이 확연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었다. 어차피 내 일본어와 영어가 수준이 비슷하게 어설프긴 마찬가지인데, 영어로 대화를 시도할 때의 응대가 더 친절하다는걸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영어로 시도하면 외국인 여행객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조금 더 친절한 반응이 나온다는 생각도 있었으나, 어차피 내가 일본어로 얘기한다고 해서 현지인의 발음수준은 아닐 것이기에 그건 아닐거 같다.

조금 고민하다가 내린 내 멋대로의 결론은 이러했다. 내가 일본어롤 얘기해서 상대 일본인이 못알아듣거나 대화가 어려운 것은 내가 일본어를 못하는 내 책임이지만, 영어로 시도해서 대화가 안될 때에는 그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책임으로도 분산되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다. 얘네도 우리처럼 영어공부에 목숨걸지만, 대화가 안되긴 우리와 매한가지. 따라서, 영어 회화가 시작되면 "정규교육상 잘 해야하지만, 실제로는 잘 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컴플렉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본 생활 초기에는 일본어 회화상의 문제로 혹시나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한껏 발음 가다듬어서 영어로 대화를 시도 한적도 있다. 그럼 상대 일본인은 금방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당시에는 몇번 그러다가, 이것도 좀 치사한 방법이고, 내가 앞으로 계속 일본에 있을건데 이러면 안되겠지 싶어서, 일본어로 더 노력했지만 말이다.

딴 얘기는 접고, 어쨋건 모든 언어가 바디랭귀지로 통했다는 점이 관건. 한국어로도 잘 통하는 점은 재밌었다. 역무원에게 다가가 내가 한말은 이랬다.

"안녕하세요, 신칸센으로요, 센다이까지 가는 티켓 주세요."

말이 한국말이지, "신칸센", "센다이"을 강조해서 얘기 했으면 목표 달성이다. 역무원아저씨도, 몇시꺼 몇명이나고 확인을 하지만, 이 상황이 되면, 아예 열차 시간표를 내 앞으로 들이밀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확인하며 물어본다. 그럼 "OK!"하고 끄덕이며 "감사합니다"라고 얘기하면 대화 종료. 어차피 영어나 일본어는 어설픈데, 확실한 한국말로 어감을 담아서 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싶었다.

사실 외국에 나갔다고 해서, 한국인인 내가 매번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야한다는 상황도 우습고 말이다. 앞으로 영어가 잘 안통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시도해볼 방법이다.

아무튼 그렇게 멀리 아오모리까지 달려갔는데, 날씨가 추운것은 물론이고, 눈이 끔찍하게 내린다. 눈바람에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다. 관광정보센터에서 유스호스텔 정보를 물었는데, 시원치 않은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원한건 자세하게 오가는 방법과 예약까지였는데, 이 아주머니 메모지에 유스호스텔 전화번호적어서 넘겨준다. 어설픈 일본어였기 때문일까, 내 소심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어 살짝 좌절중인 상황이었다. 아니면 내 외모와 일본어가 너무 일본인 스러웠기 때문에 그정도의 정보로도 충분했다고 여긴 것일까?

답답하게 보다못한 최군이 나섰다. 그 어설픈 영어와 허접 발음을 내세우며 잘도 떠든다. 아니 이게 왠일? 응대 아주머니 완전 친절해준다. 쳇. 결국 호스텔의 예약을 마쳤고 가격정보와 교통편도 알아냈다. 대단하다 최군! 놀랍다 그 당돌함.

사실 난 여기서 최군과 나의 대조적인 성격이자, 내 문제점을 절실히 느꼈다. 난 너무 소심해서 원하는 점을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혼자 해결하려 고생한다는 점. 당당히 도움을 받을건 받고, 요구할건 요구해야하는 건데 말이다. 그들은 관광객에게 원하는 관광정보를 주는게 일인 사람이고, 관광객은 당당히 그걸 원할 수 있는건데 말이다.

관광정보센터에서 설명을 듣자하니 아오모리에서 유일한 유스호스텔은 아오모리 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 하며, 버스역에서 또 픽업을 해서 숙소까지 이동해야했다. JR East Pass로는 버스를 무료로 탈 수는 없어서, 추가 요금을 내야했으며 오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밖에 나와 보니 저가 비지니스 호텔들이 보였고, 혹시나 한군데 들어가보니, 트윈룸을 이용하면 1인당 유스호스텔 도미토리 요금보다 조금 비쌌고, 교통비를 빼면 훨씬 저렴한 것이었다. 결국, 그냥 비지니스 호텔 트윈룸을 이용. 사실 나야 혼자 돌아다니므로 경비절약상 호스텔을 이용하는게 맞겠지만, 둘만 되도 트윈룸을 이용하는게 나쁘지는 않겠다 싶더라. 어쨌건 이때부터는 호스텔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해당 비지니스 호텔의 체인점을 이용해줬다.

다음날은 아오모리의 모 전망대에서 아오모리항 주변의 경치를 관람했다. 찬바람이 매우 거세서 꽤나 추웠다. 새하얀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눈도 부시고. 근처 아오모리시립 수족관에서 어린아이처럼 물고기 구경도 했다. 아오모리에서 맛있는 사과를 먹었어야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먹은 사과는 별로 맛이 없었다. 제 철이 아닌겐가?


이건 완만카(one man car)라고 불리우는 JR열차인데, 2량짜리 열차에 (심지어 1량짜리 열차도 있었다) 승무원이 앞문에만 있다. 버스처럼 승차요금을 승무원이 정산한다. 따라서 맨 앞문으로만 하차를 한다. 시골 기차역에는 요금정산게이트가 없기 때문인거 같다. 원맨카이지만 승무원은 3명인듯.


아오모리는 너무 추워서, 살짝 돌고, 바로 아키타로 이동. 아오모리에서 아키타까지는 신칸센이 없어서 급행열차를 이용했다. 그래도 맥주는 빠질 수 없는 법!

아키타(秋田)

아키타에 저녁시간에 도착했지만, 숙소를 잡는데 망설임 없이 저가형 호텔을 바로 잡았기 때문에 거리를 좀 떠돌 시간이 있었다. 호텔 프론트에서 라멘집하나 추천받아서 찾아갔다. 아키타는 생각보다 볼 것이 많은 것 같은데, 살짝만 보고, 타자와코라는 호수로 이동하기로 했다.




무슨 라면순위 대상을 받은 적이 있는 가게인듯. 중화소바식 라멘이라서 내 입맛에는 너무 짰다. 하지만 면발은 아주 쫄깃 쫄깃!


저쪽 바다를 건너면 북한이라는 생각에 잠시 감상에 젖어보려 했지만, 내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며칠 후에 동경의 호스텔에서 프랑스인 친구로부터 왜 너네 남북한은 서로 오갈 수도 없고 분명 다른 나라인데 똑같이 한국이라고 불리우냐며 나라 이름을 바꿔야 하는거 아니냐고 물어왔는데, 막연히 우리는 통일을 원한다고 답해주었다. 흠, 근데 '내가 정말 통일을 원하나?'라고 잠시 생각해봤지만, 골치아파지므로 그냥 회피.

아무튼 아키타에서 정서쪽 바다를 바라보며 저쪽이 북한이구나 하는 감상은 젖으려다 말고 말았다.


아키타의 해안 전망대.

타자와코(田沢湖)

아키타에서 시간을 잘 맞추기 어려워 어렵사리 뛰어다니며 간신히 신칸센을 타고 타자와코로 향했다. 일본에서 가장 수심이 깊다는 호수. 지역 버스까지 이용하며 어렵사리 도착한 호수는 넓었다. 때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서, 조금 더 구경하고나니 비가 많이와서, 가보고 싶었던 호수 반대편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갔다 하더라도 비 때문에 아름다운 구경은 못했을거라고 위안했다. 나로써는 이번 종단 일정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 분화구의 호수로, 전면이 산으로 둘러 쌓여있기 때문인지, 물결없이 고요했다. 물이 맑아서 바닥이 들여다 보였는데, 깊은 수심덕분에 거리별로 다양한 색상이 연출 되었다.











타자와코, 저 호수를 바라보며, 내가 이번여행을 통해 저렇게 마음이 넓고 깊고 고요하며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파도치는 날이 오면, 저 호수의 고요함을 떠올리며 평온해지겠노라고.

이렇게 일본 혼슈 동북부 일주(?)를 마감하고, 도쿄로 출발. 돌아오는 신칸센, 역시 빠질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Posted by hatemogi 트랙백 0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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