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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8 world2009 미국: 뉴욕 Frankie95 참가후기 (1)

뉴욕에서 5월 22일부터 5일밤동안 프랭키 매닝(Frankie Manning) 할아버지의 95세 생일파티에 참석했습니다. 프랭키 할아버지는 스윙댄스의 일종인 린디합의 대사(the Ambassador of the Lindy Hop)이자 스윙의 마스터로 불리는 댄서이자 안무가이자 강사였습니다. frankie95는 생일파티를 주제로 하지만, 전세계 30여개국에서 천여명의 린디합퍼들이 모여 할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며 밤낮으로 춤을 추고 경연을 벌이며 축제를 즐기는 행사입니다. 

안타깝게도 할아버지가 행사를 한달여 남긴 시점에 운명하셔서, 세계 각국에서 크고 작은 추모행사가 진행되었고, frankie95도 약간의 추모성격이 강해졌습니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축하와 감사의 톤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행사의 거점이 된 34번 거리의 맨하튼센터는 대규모 공연장으로 꽤 큰 공간을 제공했지만, 전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스윙댄서들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찼습니다.

맨하튼센터의 그 넓은 오케스트라 홀에서 여러 훌륭한 재즈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행사를 위해 설치된 나무 바닥에 스텝을 즈려밟는 기분은 꽤나 흥겨웠습니다. 연주의 수준도 대단한데다, 개개인의 춤실력도 괜찮아서, 오케스트라 홀 전체에 동기화되어 출렁이는 스윙펄스가 보기만해도 흐뭇하게 느껴졌단 말이죠. 리듬감이 별로인 저로서도 이런 분위기에선 완전 흐름 잘타지는 것 같습니다.

베테랑급의 커플들이 출전한 Hellzapoppin' contest에서는 맥스(Max)와 애니(Annie) 커플이 독보적으로 돋보이며 활약을 펼쳐습니다. 이들의 에어리얼(Aerial)은 거의 무예수준입니다. 동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눈앞에서 날라다니는걸 보니, 더욱 놀랍더군요. 프레이즈가 끝날때마다, 화려한 에어리얼을 선보였는데, 보고 있으면 한동안 숨이 멎은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맨하튼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에서도 한낮의 행사가 있었습니다. 야외 광장에서 라이브 연주와 함께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으니, 공원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넋을 놓고 쳐다봅니다. 이 광경은 서울에서의 열린스윙 분위기와 똑같습니다. 날도 덥고, 바닥도 벽돌 바닥이라 춤추기는 열악했지만, 그래도 야외에서의 춤맛은 또 색다르죠. 처음 야외에서 춤추다가 사람들이 쳐다보는게 느껴지면 참
멋적었는데, 이젠 언제 그랬냐는듯 아무렇지도 않게 춤추는 제자신이 참 신기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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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일본에서 온 아모레, 할리, 비티, 뉴욕의 앨리스. 네명 다 몬트리올의 CSC도 참가하고 왔다. 특히 아모레님은 2007년 12월 말일에 요코하마에서 새해맞이 스윙파티때 처음만난 사이인데, 몬트리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었지. 그리고 비티형은 이 블로그를 통해 알게됐는데, 뉴욕-몬트리올-뉴욕 일정을 모두 함께 하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알게된 사이인데, 뉴욕에서 첫 대면한 사이. 주변사람들도 이 관계(?)를 설명하면 참 의아해 했다. 앨리스는 몬트리올 행사 참석후, 돌아오는 차편만 함께한 사이. 미국으로 귀국할 때, 차 한대에 한국인 2명, 캐내디언 1명, 미국인 1명이 동승해 있자, 완전 이상하게 봤던, 미국측 입국 심사관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이유때문이었는지 2차심사를 받게 됐었다)
 

센트럴파크에서의 야외행사중에 잭앤질(Jack&Jill)대회 예선을 치뤘습니다. 400여명이 참석한 기록세우기 규모였는데, 전원 한꺼번에 진행하더군요. 참가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제 입장에서는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분산돼서 부담이 적어 좋았습니다만, 준결승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심판들의 눈에 잘 띄는 운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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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인생에 처음으로 등번호를 달아본듯. 여행 시작후 쭈욱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어쩔수 없이) 여행끝날때쯤의 헤어스타일이 심히 걱정되는군요, 벌써 저렇게 삼발이라니...


잭앤질 전이었나, 후였나, 센트럴파크에서 단체로 심샘(Shim Sham)도 추었는데, 사회자의 말로는 기네스북에 올릴 최대 규모
심샘이랍니다. 저역시 함께 어울려 신나게 추긴 했지만, 제 개인적인 감으로는 작년에 장충체육관에서 했던 행사때 심샘 규모가 더 큰거
같습니다.

매일밤 2am~4am까지 계속된 소셜댄스 시간에는 계속되는 수많은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한껏 고조된 분위기로 춤을 출 수 있었습니다. 재즈밴드의 라이브 음악이 너무 좋다보니, 춤도 한껏 흥겨웠지만, 음악자체를 즐기기 위해 연주하는곳 앞에서 가만히 멍하니 쳐다보며 음악만 들은 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는 라이브 음악이라면 한곡이라도 더 추려고 악착같았는데, 여기는 계속 라이브 음악인데다, 음악도 너무 좋아서 음악만 듣게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네요. 스윙 댄스를 추지 않는 사람이라도, 당일 티켓을 사고 들어와서 이 분위기에 어울려 음악을 들어도 충분한 값어치를 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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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이었던가, 일요일 밤이었던가, 한국인들 다 모여서 건물 앞에서 맥주한잔 하기로 했었다. 야외에서의 음주가 불법인 관계로, 맥주캔을 휴지로 감싸고 음주중. 손에 들고 있는게 뭔지 뻔히 알테지만, 걍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거지. 한국에서 낯익었던 얼굴들도 있고, 처음본 얼굴들도 있었다. 여까지 와서 새삼스레 인사하는것도 적잖히 어색했지만, 먼 타지에서 만나면 괜히 더 반갑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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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끼리 모여 찍은 사진, 가만보자, 전부 나왔나 모르겠네... 맨 오른쪽의 일본인 키미님을 제외하고는 다 한국에서 온 사람. 스윙판에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얼굴들도 많은듯.


밤마다 크고 작은 공연과 경연이 있었는데, 그중에도 특히 할렘핫샷의 공연과 실버새도우의 공연은 이름 값을 충분히 하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공연들을 눈앞에서 직접 보게된 것만으로도 뿌듯했지요. 멋진 공연을 보고나면 한껏 분위기도 업되고, 의욕도 충만한 상태가 되어, 그날 밤의 춤이 더욱 즐거워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한참 춤추다보면, 옆에서 추고 있는 맥스, 토드, 스카이 등이 보입니다. 저도 이 순간만큼은 그들과 같은 바닥을 밟고 있습니다. 핫하.

또, 돈햄턴 할머니의 축하 제네럴 공연도, 몇번을 봐도 조금도 지겹지 않은 놀라움의 연속이었구요. 맨하튼센터 홀에서도 한번 공연하셨고, 근처 교회에서 한 추모행사에서도 한번 공연하셨습니다.

이 스윙댄스 커뮤니티라는게 꽤 신기한거 같습니다. 각국에서 모인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지만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는거죠. 상대적으로 서로를 열린마음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밴쿠버, 몬트리올, 스웨덴 허랭에서 봤던 낯익은 얼굴들도 보여서 반갑게 아는체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명은 밴쿠버에서 본 리더였는데, 아는체를 하고보니, 이 친구는 시애틀에서 밴쿠버에 놀러 갔던 것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음주에 시애틀에 놀러간다고 하니, 자기가 흔쾌히 하우징을 알아봐주겠다고 하는군요. 저로서는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을 자기네 집에서 머물게 해주는 문화가 아직 어색하기만하지만, 이 바닥이 그렇게 원래 열려있는 바닥인거 같습니다.



이래저래 느끼고 배운점은 많지만, 이미 글이 많이 길어졌다는 핑계로 이만 줄이고, 몇가지 미디어나 동영상 링크를 걸어놓도록 할게요.

  • 해당행사를 소개하는 뉴욕타임스 기사: 원문보기


Hellzapoppin' contest finals 결승전 All-skate




Silver Shadows 축하공연




교회에서 열린 행사에서의 돈햄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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