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직업들을 살펴보면, IT직종을 비롯한 엔지니어 직군의 인구가 뚜렷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북미지역의 스윙판에서 직업을 물어올 때, "I'm a software engineer"같은 대답을 했다가는 "Oh, yeah, sure you are."따위의 반응을 듣기 쉽다.

얼핏 생각에 댄스와 엔지니어는 참 어울리지 않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왜 엔지니어가 절대적으로 많은 걸로 느껴질까. 여기에 존이 얘기한 두가지 가설이 아주 와닿았다.

첫째로, 스윙댄스는 음악을 각각의 구절과 8카운트로 나누어 정확히 맞추어 몸을 움직이는데, 여기에 엔지니어들의 계산적 사고가 유리할 수 있다는 가설. 음, 음악을 느끼고, 그대로 흐름을 타야하는 법인데, 계산적으로(!) 움직인다는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쨌건 나도 초창기에는 카운트 쪼개가며 열심히 계산해댔던 것으로 보아, 부정할 수는 없는 얘기이고, 실제로 초기에는 적잖은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둘째로, 이것은 존에게서 처음 들었던 발상인데, 엔지니어들이 일반적으로 사교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스윙댄스는 별다른 일반적인 사교기술 없이도, 다른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뛰어난 사교수단이라는 것. 존은 엔지니어가 아니므로, 내게 이런 선입견을 얘기하며 상당히 조심스럽게 얘기했지만, 나역시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고,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그럴듯한 가설이라 하겠다. 이 선입견 조차 범 세계적이라는게 조금 새로웠다면 새로운 정도.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둘재 가설이 적어도 내게는 너무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 결과적으로는 나도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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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5월 22일부터 5일밤동안 프랭키 매닝(Frankie Manning) 할아버지의 95세 생일파티에 참석했습니다. 프랭키 할아버지는 스윙댄스의 일종인 린디합의 대사(the Ambassador of the Lindy Hop)이자 스윙의 마스터로 불리는 댄서이자 안무가이자 강사였습니다. frankie95는 생일파티를 주제로 하지만, 전세계 30여개국에서 천여명의 린디합퍼들이 모여 할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며 밤낮으로 춤을 추고 경연을 벌이며 축제를 즐기는 행사입니다. 

안타깝게도 할아버지가 행사를 한달여 남긴 시점에 운명하셔서, 세계 각국에서 크고 작은 추모행사가 진행되었고, frankie95도 약간의 추모성격이 강해졌습니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축하와 감사의 톤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행사의 거점이 된 34번 거리의 맨하튼센터는 대규모 공연장으로 꽤 큰 공간을 제공했지만, 전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스윙댄서들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찼습니다.

맨하튼센터의 그 넓은 오케스트라 홀에서 여러 훌륭한 재즈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행사를 위해 설치된 나무 바닥에 스텝을 즈려밟는 기분은 꽤나 흥겨웠습니다. 연주의 수준도 대단한데다, 개개인의 춤실력도 괜찮아서, 오케스트라 홀 전체에 동기화되어 출렁이는 스윙펄스가 보기만해도 흐뭇하게 느껴졌단 말이죠. 리듬감이 별로인 저로서도 이런 분위기에선 완전 흐름 잘타지는 것 같습니다.

베테랑급의 커플들이 출전한 Hellzapoppin' contest에서는 맥스(Max)와 애니(Annie) 커플이 독보적으로 돋보이며 활약을 펼쳐습니다. 이들의 에어리얼(Aerial)은 거의 무예수준입니다. 동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눈앞에서 날라다니는걸 보니, 더욱 놀랍더군요. 프레이즈가 끝날때마다, 화려한 에어리얼을 선보였는데, 보고 있으면 한동안 숨이 멎은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맨하튼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에서도 한낮의 행사가 있었습니다. 야외 광장에서 라이브 연주와 함께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으니, 공원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넋을 놓고 쳐다봅니다. 이 광경은 서울에서의 열린스윙 분위기와 똑같습니다. 날도 덥고, 바닥도 벽돌 바닥이라 춤추기는 열악했지만, 그래도 야외에서의 춤맛은 또 색다르죠. 처음 야외에서 춤추다가 사람들이 쳐다보는게 느껴지면 참
멋적었는데, 이젠 언제 그랬냐는듯 아무렇지도 않게 춤추는 제자신이 참 신기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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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일본에서 온 아모레, 할리, 비티, 뉴욕의 앨리스. 네명 다 몬트리올의 CSC도 참가하고 왔다. 특히 아모레님은 2007년 12월 말일에 요코하마에서 새해맞이 스윙파티때 처음만난 사이인데, 몬트리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었지. 그리고 비티형은 이 블로그를 통해 알게됐는데, 뉴욕-몬트리올-뉴욕 일정을 모두 함께 하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알게된 사이인데, 뉴욕에서 첫 대면한 사이. 주변사람들도 이 관계(?)를 설명하면 참 의아해 했다. 앨리스는 몬트리올 행사 참석후, 돌아오는 차편만 함께한 사이. 미국으로 귀국할 때, 차 한대에 한국인 2명, 캐내디언 1명, 미국인 1명이 동승해 있자, 완전 이상하게 봤던, 미국측 입국 심사관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이유때문이었는지 2차심사를 받게 됐었다)
 

센트럴파크에서의 야외행사중에 잭앤질(Jack&Jill)대회 예선을 치뤘습니다. 400여명이 참석한 기록세우기 규모였는데, 전원 한꺼번에 진행하더군요. 참가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제 입장에서는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분산돼서 부담이 적어 좋았습니다만, 준결승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심판들의 눈에 잘 띄는 운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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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인생에 처음으로 등번호를 달아본듯. 여행 시작후 쭈욱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어쩔수 없이) 여행끝날때쯤의 헤어스타일이 심히 걱정되는군요, 벌써 저렇게 삼발이라니...


잭앤질 전이었나, 후였나, 센트럴파크에서 단체로 심샘(Shim Sham)도 추었는데, 사회자의 말로는 기네스북에 올릴 최대 규모
심샘이랍니다. 저역시 함께 어울려 신나게 추긴 했지만, 제 개인적인 감으로는 작년에 장충체육관에서 했던 행사때 심샘 규모가 더 큰거
같습니다.

매일밤 2am~4am까지 계속된 소셜댄스 시간에는 계속되는 수많은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한껏 고조된 분위기로 춤을 출 수 있었습니다. 재즈밴드의 라이브 음악이 너무 좋다보니, 춤도 한껏 흥겨웠지만, 음악자체를 즐기기 위해 연주하는곳 앞에서 가만히 멍하니 쳐다보며 음악만 들은 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는 라이브 음악이라면 한곡이라도 더 추려고 악착같았는데, 여기는 계속 라이브 음악인데다, 음악도 너무 좋아서 음악만 듣게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네요. 스윙 댄스를 추지 않는 사람이라도, 당일 티켓을 사고 들어와서 이 분위기에 어울려 음악을 들어도 충분한 값어치를 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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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이었던가, 일요일 밤이었던가, 한국인들 다 모여서 건물 앞에서 맥주한잔 하기로 했었다. 야외에서의 음주가 불법인 관계로, 맥주캔을 휴지로 감싸고 음주중. 손에 들고 있는게 뭔지 뻔히 알테지만, 걍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거지. 한국에서 낯익었던 얼굴들도 있고, 처음본 얼굴들도 있었다. 여까지 와서 새삼스레 인사하는것도 적잖히 어색했지만, 먼 타지에서 만나면 괜히 더 반갑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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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끼리 모여 찍은 사진, 가만보자, 전부 나왔나 모르겠네... 맨 오른쪽의 일본인 키미님을 제외하고는 다 한국에서 온 사람. 스윙판에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얼굴들도 많은듯.


밤마다 크고 작은 공연과 경연이 있었는데, 그중에도 특히 할렘핫샷의 공연과 실버새도우의 공연은 이름 값을 충분히 하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공연들을 눈앞에서 직접 보게된 것만으로도 뿌듯했지요. 멋진 공연을 보고나면 한껏 분위기도 업되고, 의욕도 충만한 상태가 되어, 그날 밤의 춤이 더욱 즐거워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한참 춤추다보면, 옆에서 추고 있는 맥스, 토드, 스카이 등이 보입니다. 저도 이 순간만큼은 그들과 같은 바닥을 밟고 있습니다. 핫하.

또, 돈햄턴 할머니의 축하 제네럴 공연도, 몇번을 봐도 조금도 지겹지 않은 놀라움의 연속이었구요. 맨하튼센터 홀에서도 한번 공연하셨고, 근처 교회에서 한 추모행사에서도 한번 공연하셨습니다.

이 스윙댄스 커뮤니티라는게 꽤 신기한거 같습니다. 각국에서 모인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지만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는거죠. 상대적으로 서로를 열린마음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밴쿠버, 몬트리올, 스웨덴 허랭에서 봤던 낯익은 얼굴들도 보여서 반갑게 아는체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명은 밴쿠버에서 본 리더였는데, 아는체를 하고보니, 이 친구는 시애틀에서 밴쿠버에 놀러 갔던 것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음주에 시애틀에 놀러간다고 하니, 자기가 흔쾌히 하우징을 알아봐주겠다고 하는군요. 저로서는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을 자기네 집에서 머물게 해주는 문화가 아직 어색하기만하지만, 이 바닥이 그렇게 원래 열려있는 바닥인거 같습니다.



이래저래 느끼고 배운점은 많지만, 이미 글이 많이 길어졌다는 핑계로 이만 줄이고, 몇가지 미디어나 동영상 링크를 걸어놓도록 할게요.

  • 해당행사를 소개하는 뉴욕타임스 기사: 원문보기


Hellzapoppin' contest finals 결승전 All-skate




Silver Shadows 축하공연




교회에서 열린 행사에서의 돈햄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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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캐나다 서부지역의 린디합 경진대회인 LindyBout III에 참가했다. 매우 지역적이고 조촐한 행사인거 같아서 큰 기대는 안했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아서 흐뭇했던 행사다. 토론토쪽에서도 참가하는 사람도 많았고, 나름 캐나다 지역에서는 꽤 큰 행사인듯.

아무리 같은 춤을 추는 사람들이지만, 서울과는 확연이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고. 수준급의 라이브 밴드의 연주를 들으며 훌륭한 댄서들의 즉흥 공연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반면, 힘든 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이름 외우기. 난 서울에서도 닉네임 물어보며 다니는 스타일은 아닌데, 얘네들은 거의 꼬박꼬박 통성명하고, 그 다음에는 꼭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한다. 난 그들의 이름을 들어도 잘 못알아듣겠는데다가, 내가 보기엔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기억하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같이 춤추면서 이름도 모르고 지내는 것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서울에 돌아가면 이제부터라도 닉네임 꼬박꼬박 챙겨물으며 기억하고 다녀야겠다.

아, 한가지 소득이 있다면, 이제는 춤을 권할때 하는 말인, "Would you like to dance?"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




사회자 마크. 스웨덴에서도 종종 사회봤던 아저씨인데 여기서도 보여서 깜짝 놀랬다. 알고보니 시애틀에서 살고 있고, 시애틀이나 이쪽에서 하는 행사 사회를 자주 보는 것 같아. 그럼 시애틀에서 하는 캠프 지터벅에서도 분명 다시 보게 될듯. 춤도 꽤 추는 편이고, 이쪽 세계를 잘 알아서 사회도 더 잘 보는거 같다.



최근 서울에서도 추던 스윙라인댄스를 이사람들도 추던데, 스타일은 약간 다른 느낌. 나도 함께 추고 싶었다구요.



셋째날 있었던 퍼포먼스의 하나. 춤사위들이 아주 훌륭하더라. 의상도 멋지고.




맨 왼쪽은 누군지 모르겠고, 가운데는 캐런, 오른쪽은 이와나. 캐런과는 처음에 춤이 너무 잘맞아서 친해졌었는데, 나중에는 좀 거리감이 느껴졌다.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 ㅋㅋㅋ



쉬는 시간에 DJ가 나이트용(?)음악을 틀어줬는데, 몇몇이 나와서 막춤을 선보여줬다. 화끈하게 잘들 흔들며 잘 노는 모습이, 역시 이들은 춤꾼이구나 싶었다. 맨 왼쪽에 청바지에 회색셔츠 입은 팔뤄가 가브리엘인데, 린디도 잘추는데다 솔로댄스까지 공동 우승하고, 저런 막춤도 끝내주게 소화해 내더군. 지나갈 때마다 넋놓고 쳐다봤다. 린디 한 곡 추었으나, 다시 홀딩 신청하기는 버거운 상대였다. 마지막날 밤에 파트너 블루스도 참가해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그건 잠시 후에 다시 적어야겠다.



솔로 재즈 댄스 결승 모습. 서울에서도 고수들은 멋진 솔로 댄스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기는 조금 더 폭넓고, 또 관객들도 잘 즐기는 거 같아. 라이브 재즈 연주에 맞춰 자기 몸으로 연주하는 댄서들의 즉흥 공연은 한참을 넋 놓고 쳐다보게 할 뿐. 가운데 살짝 보이는 가브리엘을 찍은건데 가리는 분들이 많으시군. ㅎ
 
 


에릭과 줄리. 리더인 에릭과는 강습날 화장실에서 처음 만났다. 내가 큰 일을 보고 나왔는데, 에릭이 밖에서 급한 상태에서 한참 기다렸나보더라고. 내가 나오자 화가 났었는지, 아니면 가볍게 툭 던지는 농담조의 말이었는지, '안에서 잔거냐'고 궁시렁 거리고 들어가더라고. 뭐, 암튼 서로 별로 좋은 첫인상은 아니었지.

한편, 줄리와는 같이 강습듣고 저녁때 춤추면서 안면 트게 됐다. 알고보니 이들은 커플인듯. 마지막 날, 조금 이른 시간에 일찍 짐을 싸서 나가길래, 왜 그리 일찍 가냐고 물었더니, 지금부터 10시간 운전해서 가야한다고 하더라고. 응? 어디 사는데? 물었더니 캘거리에서 왔다고 한다. 록키 산맥있는 재스퍼 근처의 작은 도시에서 왔나보더라고.

그랬더니, 첫인상 좋지 않았던 에릭이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너 여기 여행하러 왔다고 했지? 그럼 록키도 보러가겠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오거든 꼭 연락하라며 핸드폰번호를 적어준다. 연락해서 보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어쨋건 오게되면 연락하라는 그 말 한마디에 괜한 친근감이 더해졌다. 그래 우린 해우소에서 만난 사이잖아. 일단 페이스북 친구 추가.

줄리를 비롯해서, 조금 친해졌다싶은 팔뤄들 붙들고 기념사진 찍었다. 나에겐 그야말로 기념적인 일이잖아. 여기까지 와서 캐내디언들하고 춤추고 가는거.




가장 친근하게 대해줬던 키 185쯤의 제시카. 내가 자기를 "키 큰 금발"로 기억할거라길래, '키가 큰건 분명하지만 금발은 중요하지 않고, 친근하게 대해준걸 기억하겠다'고 했더니 좋아했다. 내가보기엔 블론드나 버넷이나 둘다 노랑머리일뿐이지. 저 사진의 나는 까치발로 선 상태. 제시카는 날 위해 무릎을 조금 굽혔다.


밴쿠버 도착 첫날, 끔찍히도 멀리까지 갔던 랭리(Langley)에서 만났던 브릿. 그녀도 시애틀 지터벅 캠프에 간다고 하니, 거기서도 만날 수 있을듯. 브릿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잭앤질에 출전했는데, 결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나보고는 왜 출전하지 않느냐고 묻길래, 나는 쑥스러워서 안나간다고 대답했더니 브릿이 하는말, "You dance, you're not shy"라고.

듣고보니 맞는 말이네. 음... 근데 난 좀 shy한 댄서야.
 

에릭(또다른 에릭)과 에디나. 이들은 밴쿠버의 전문강사. 에릭은 모든 부문 다 결선진출한거 같고, 그중에 하나는 우승했다. 에디나도 결선은 다 진출했는데, 아쉽게도 우승은 못한듯.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옆에서 보는 나조차 안쓰러웠을 정도.


헤이즐은 무뚝뚝한 표정에 다부진 골격이, 북미사람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보였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왔다고. 여기는 휴가중에 스키타러 왔다가 때마침 행사가 있길래 참여했다고 한다. 스톡홀름이라고 하면 나름 친근하잖아?



개인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던 리더. 춤도 수준급이고, 동양인 스럽지 않은 골격에다가 잘 생겼다. 일본계 혼혈 캐내디언인가? 이번 대회의 가장 멋진 리더로 내 맘대로 선정.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타케노우치 유타카 닮았어.


이번 행사의 가장 멋진 팔로워는 역시 가브리엘. 코캐시언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그녀였던것 같다.

아참, 가브리엘은 파트너 블루스분야도 결선에 진출했는데, 블루스답게 느끼한 음악에 갖가지 유연한 몸동작을 보여줬다. 우승자를 뽑는 마지막 퍼포먼스 타임에서는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더니 이래저래 움직이는 동작을 취했다. 뭐하는 건가 시선고정하고 쳐다봤는데, 안에서 보라색 속옷을 꺼내더니 휘둘르고는 파트너의 목에 걸고 질질 끄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관객들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고, 결국 가브리엘 커플이 우승.

사진이 왜 없냐고? 넋놓고 바라보느라,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어. 

그나저나 고작 2박3일 춤춘건데도 온몸이 뻐근하다.

꽤 지역적인 행사인데도 이렇듯 신나게 잘 놀 수 있었으니, 나머지 행사는 얼마나 즐거울지 기대도 되고, 또 체력에 대한 걱정도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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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T conference


제작년에 회사에서 RailsConf 2007을 보내줬었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재밌었다. 지적유희는 큰 행복의 하나라는걸 새삼스럽게 느꼈었지. 그때 마음먹기를 또 그런 해외 컨퍼런스에 참석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내 개인비용을 들여서라도 참석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겼었다.


A dance camp

작년에 2주짜리 안식휴가를 받아, 스웨덴의 허랭캠프에 갔었다.  26년째인 이 행사에서는 4주간 약2천여명이 작은 마을에 모여 재즈댄스 축제를 벌인다. 나는 그 첫째주에만 참석했고, 국제적 소셜댄스의 즐거움, 챔피언급 강사들과의 첫 대면, 그리고 몸속 깊이 유전자에 담겨있는 춤을 끄집어내는 원로 댄서가 보여준 감동이 준 행복은 잊을 수 없다. 기회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된다면 꼭 다시 참석하고 싶다고 마음 먹었었다.



A round-the-world route

세계일주 여행을 할 때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시차적응이 쉽다고 하는군. 그래서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자들은 유럽방면으로 이동하면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는 경로를 많이 선택하는듯. 내 경우에는 참석하고 싶은 행사가 몇개 있었는데, 이 행사들의 시간과 공간이 여행 이동 경로를 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러다 보니, 아메리카 대륙 먼저 진입하고 유럽대륙을 나중에 진입하는 경로로 정했다. 시차적응 제대로 힘들겠지만 말이다.

위에 언급한 두개의 행사가, 이번 여행의 갖가지 행사참석에 영향을 끼친것 같다. 현재까지 참석하기로 한 행사는 다음과 같다.


Lindy'Bout III @ Vancouver, Canada
http://www.lindybout.ca/

밴쿠버에서 열리는 지역 린디합 경진대회인듯. 이런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 국제적인 축제는 아닌거 같지만, 우연히 여기있는 타이밍이 딱 맞아서 참석하기로. 패턴 두어개 새로 익힐것을 기대하는 중.



RailsConf 2009 @ Las Vegas
http://en.oreilly.com/rails2009

최근 Rails쪽에 관심을 많이 두지 못해서, 이번에 가면 못알아듣는 내용이 많겠지만, 분명 큰 자극과 영감을 줄거라고 믿는다.  키노트 발표자중에 4-Hour-Week의 저자가 있다는 점도 특이사항.




Frankie's Birthday Festival @ New York
http://www.frankie95.com/

린디합의 살아있는 전설, 프랭키매닝의 95세 생일파티 축제. 전세계의 천여명의 댄서가 그의 95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뉴욕에 모인다. 이 전설의 할아버지를 작년 허랭캠프에서 뵙게 될거라고 기대했었으나, 할아버지가 급히 다리쪽 수술을 받으시는 바람에 못오시게 되어 못뵜던 아쉬움이 남았었다. 당시 의사의 권유는 다시는 춤을 추지 말라고 했다는데, 결국 회복에 성공하신듯.

이 행사 기간의 앞뒤로 라스베가스의 RailsConf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행사가 있어서, 미국 동서부를 왕복해야하는 부담이 있어서 망설였었다. 망설이다보니, 등록이 늦어졌고, 한 타이밍 놓치고 나니 천여석이 모두 차서, 등록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설마 그렇게 빨리 마감될 줄은 몰랐다.

포기하려던 찰나, 이 블로그를 통해 우연히 알게된 다른 댄서분의 소개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로 결정. 영어도 짧고, 행사운영 같은 경험이 전무한 내가 자원봉사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자신있게 도전해보는거지 뭐. 말로 안되면 몸으로 떼우자고.



Camp Jitterbug @ Seattle
http://www.campjitterbug.com/

프랭키 생일축제의 바로 다음주에 열리는 캠프지터벅. 역시 챔피언급 강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로, 아마도 허랭캠프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기대한다. 한레벨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행사일거라 기대해. 이쯤되면 스카이험프리랑 안면트게되는거 아닌가 몰라.




WWDC 2009 @ San Francisco
http://developer.apple.com/WWDC/

일정이 발표되지 않아, 내 여행스케쥴의 발목을 잡고 있던 애플 개발자 컨퍼런스. 다행이라면, 예상했던 장소와 시간이 맞았다는 것. 하지만 예상보다 참가비용이 훨씬 비싸서 또 다시 망설이게했다. 돈은 나중에 다시 벌면 되지만, 시간은 한번가면 안온다는 랜디포쉬교수의 말씀을 떠올리며 과감히 결제버튼을 눌렀다.

아이폰 개발에 큰 관심을 결실로 이어낼 계기가 될 수 있을거 같아.



그외에도...

그외에도, Erlang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매우 값비싼 교육행사인거 같아서 생각을 접었다. 아직도 째려보고 있는 행사로는 ACM PLDI학회.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 관련 학술발표. 나같은 일반인(?)이 참석해서 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지 심히 고민되지만, 아직 고려대상에는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Herrang 2009에도 참석하게될지도...

무작정 떠난 세계여행에 뚜렷한 목적성이 없는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보니 나름 어딘가 가보고 해보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거군. 많이 경험하고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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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스윙 댄스

나는 린디합 댄서다. 남들은 내 바운스를 보고 업바운스라고 놀리기도 하고, 찰스턴 킥동작은 킥복싱의 니킥을 연상시킨다고도 하고, 로봇같이 딱딱한 동작으로 뻣뻣하다고도 하고, 나도 그점을 인정하지만,

나는 어쨌든 린디합 댄서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내가 추는 춤은 린디합(Lindyhop). 1920~30년대쯤 미국 동부 지역에서부터 유행했다고 하는 스윙재즈(Swing Jazz)음악에 파트너와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유럽의 2차세계대전 시절 배경의 영화 스윙키즈에 나오는 주된 춤이다. 실력이나 감각이나 다 그저 그렇지만, 내가 이걸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그저 재밌으면 된다. (그 재미라는게 참 어려운거지만 말이다)



(사진은 flickr에서...)


스웨덴의 허랭캠프에서 만났던 중국인 친구의 소개로 밴쿠버의 댄서들에게 메일로 연락해 볼 수 있었고, 덕분에 밴쿠버에서 스윙댄스를 출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알아놨다. 정보에 의하면 매주 금,토,일 각각 춤출 수 있는 장소가 있더군.

일본 동경에서 오후 6시비행기를 타고, 이코노미석에서 몸을 구긴채 졸다 깨다를 9시간여 반복하고는 오전 11시쯤에 밴쿠버에 도착한 상태다. 민박집으로 이동하고는, 시차적응을 위해 노력한답시고 졸린잠을 참고 버텼다. 민박집 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춤추러 가야한다고 했더니, 흥미를 보이시며 주소를 얘기해보라고 했다. 주소를 알려드렸더니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여기는 좀 멀어서 오가기가 어려울텐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느라 한국에서도 출국 전에 춤을 못춘지 꽤 된데다가, 일본에서는 내가 춤추려했더 일정이 취소된 바람에, 춤을 추지 못한지 2~3주가 넘은 형편이었다. 금단현상, 아니 금춤현상에 몸이 부들거리고 있는 나는, 나는 댄서다. 멀든 가깝든 오늘 돌아올 수 있다면 가야겠다.

9시간 비행과 Jet Lag? 저리가! 난 춤을 춰야겠어. 그 먼 곳이 어디야? 지도로 보면 가깝구만 뭘. 걍 가면 되는거 아니야? 내 열의가 신기했는지, 민박집 아저씨가 갈 때는 한번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신다. 하지만 올 때는 밤 늦게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때문에 데려와주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갈 때라도 데려다 주는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구글 맵의 길찾기 기능의 도움을 받아, 돌아오는 교통편을 알아는 놨지만, 밴쿠버에 처음으로 막 도착한 내가 잘 찾아서 돌아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 그래도 뭐 이것도 여행이자 모험이겠지 싶어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지. 돌아오는 버스편과 갈아탈 곳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콜택시 전화번호를 적어서 길을 나섰다. (택시 비용은 8만원이 예상돼 최후의 수단으로만 남겨두었다. 40킬로면 10시간을 걸어 올지언정 8만원은 좀 아니지 않겠니?)

매주 금요일 밴쿠버 근교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곳은 Langley라는 지역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는 40KM정도 떨어진 거리. 얼마나 먼건지 감이 잘 안오지? 나도 잘 안왔어. 그래도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분명 먼거리는 아니었다. 톨게이트비도 없는 밴쿠버 고속도로를 타고 휙하니 가니 한 30분도 안되어 도착하는 거리였다.

도착하니, 막 초보자들을 위한 지터벅(jitterbug) 강습중이었다. 허랭 캠프에서는 지터벅 배우는 과정이 없어서 신기했는데, 북미지역에 오니 다시 지터벅을 볼 수 있구나 싶었다. 지터벅은 린디합을 간략화한 연습용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강사의 모습을 보니 어째 좀 불안하다. 아무리 지터벅 강사라지만 텐션과 무게중심이 좀 아니다 싶었다. 나중에 보니 이 강사들이 이 곳 커뮤니티의 회장인듯 싶었고, 전체적인 수준은 그러했다. 더 말해봐야 부정적인 얘기일테고, 간략히 정리하면, "한국의 린디합 수준이 대단하구나" 였다. 그래도 나름,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생일빵 시간에 웰컴잼(Welcome Jam)도 해주고 이래저래 챙겨주긴 했지만, 난 이미 숙소에 돌아갈 걱정에 정신 사나워지기 시작해 버렸다.


첫번째 스윙 댄스로부터의 컴백홈

뻘쭘하게 구석에 있다가, 간신히 홀딩신청 들어오면 몇곡 추다를 반복하다가 일찌감치 나왔다. 밤 11시가 되기 조금 전에 바에서 나왔고, 버스정거장을 향해 한참 걸어갔다. 준비해 온 교통편 정보에 따르면 11:47에 버스가 온다. 설마 그전에 한대쯤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완전 시골 한복판에, 날씨는 춥고, 사방은 어둡고 캄캄하며, 하늘에 별은 겁나 많이 보인다. 4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 폭주 뛰는 자동차들도 보였다, 아니 들렸다.

어두운 버스 정거장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후드티의 모자를 뒤짚어 쓴 사람이 어슬렁 어슬렁 내쪽으로 걸어온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곳에서 사람이 다가오니까 순간 무서워졌다.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지. 순간 "여행할 권리"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여기서 무서운 사람의 이미지라 함은 유색인종인데, 내가 바로 유색인종이다"라고. 그렇다. 내가 바로 이들이 무서워하는 유색인종인거다. 애써 무서움을 달래며 진정시키고 있는데, 다가온 사람이 목소리를 깔고 뭐라뭐라 한다.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깜짝 놀랬다. 들은 내용은 "Do you have a smoke-gun?"이었다. 스모크건이 뭐니? 라이터인가? 나는 "I'm sorry that I don't smoke"라고 대답했다. (미안할거 없는 일이지만, 뭐 상황이 좀 그렇잖아?) 상대의 반응은, "Uh, You don't smoke?" 그러고는 계속 지나가던 길을 지나갔다. 얼추 대화가 된걸 보니 맞게 이해한거 같기도 하다만, 지금 와서 사전을 찾아봐도 smoke-gun의 뜻풀이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슬랭이라서 안나온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연 그게 라이터를 뜻한게 맞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버스는 11:45분에 도착했다. 그 추운데 길에서 50분정도 추위와 공포에 떨었던 거지. 버스도 야간 버스라서 인지, 아니면 외곽 지역이어서 인지, 불을 끄고 다닌다. 무슨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의 버스도 아니고, 시커먼 버스가 오더니, 정거장에서 멈추고 나서야 문을 열면서 실내등을 켰다. 그제서야 버스기사 아저씨와 맨 앞자리에 앉은 백인 청년이 보였다. 내가 타고 자리에 앉으니 다시 실내등을 끄고 달린다. 그렇게 시커먼 버스안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음 버스로 갈아탈 곳에서 내렸다.



(버스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사진은 flickr에서...)

내려서 보니, 다음 버스까지 또 40여분을 길에서 기다려야 했고, 저녁도 안먹고 춤춘 다음인지라 배가 고파서 그동안 뭣좀 먹어야겠지 싶었다. 멀리 반가운 맥도날드가 보여서 가봤으나, 24시간 영업이긴 해도, 그건 테이크아웃 전용. 그냥 포기하고 근처 주유소의 편의점에 들어갔다.

이 편의점의 모습이 내게는 조금 생소했다. 일단 출입문에 들어갈 때 부터 초인종을 누르면 안에서 겉모습을 보고 멀쩡해 보이면 문을 열어준다. 난 들어갈 때에 나오는 사람이 있길래 그냥 열린문으로 들어갔는데, 계산대 안의 점원이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마땅히 먹을게 없어보여서 초코바 하나 사고선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이 계산대 앞에 왠 쇠창살이 쳐져 있고, 어디로 초코바를 놓고 돈을 내야하는지 알 수 없는 시스템. 계산하려 하니까, 점원이 서랍을 앞으로 내밀었으며 거기다가 초코바를 얹어 놓으니 서랍을 다시 자기쪽으로 가져가서 계산하고는 돈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무장강도에 대비해 그런 쇠창살이 있고, 계산하는 순간에 안으로 총을 들이대고 위협할 수도 있어서 그렇게 방어 수단이 있는거라고 한다. 무슨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전당포 모습 같았다.

초코바 하나로 잠시의 열량을 채우고 다시 나와서 버스 기다리기. 그래도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버스는 도착했다. 두번째 버스는 종점까지 가는 거라서 편안히 쉬다가 내렸고 마지막은 스카이트레인(SkyTrain, 밴쿠버 지상 무인열차 시스템, 일단 여기까지 오면 찾아다니기 쉽다)으로 이동. 결국 이렇게 해서 기다리는 시간과 이동시간 다합쳐서 2시간 반정도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추위에 떤 몸을 뜨거운 샤워로 좀 달래고 취침.

이렇게 다녀온 Langley의 스윙클럽. 너무 멀어서 이제 안가기로 마음먹었고, 일요일은 여기보다 더 먼데서 하므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기로했다. 그래도 매주 토요일은 다운타운 근처에서 한다고 하니 그 곳에만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두번째 스윙댄스 on Saturday Night

고생한 바로 그 다음날, 다운타운과 가까운 스윙클럽에 갔다. 어렵사리 길을 못찾고 돌아다니다가 간신히 찾아갔는데, 찾고 보니 스카이트레인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들어가서 춤추는 모습들을 보니, 숨통이 트였다. 그래 이거야! 북미의 스윙댄스. 어디나 마찬가지 인듯, DJ와 가까운 곳에 고수들이 노는 영역이 따로 있었고 멀어질 수록 초보자들의 영역이었다. 소심한 나는 초보영역에서 몇 명만 홀딩하며 춤췄는데, 그들과는 스윙아웃이 되지 않아, 지터벅만 열심히 출 수 밖에 없었다.

활달히 돌아다니는 팔로워(follower, 커플댄스에서 여성)중에 괜찮은 움직임과 균형감각을 보여주는 팔로워가 있었는데, 홀딩 신청할까 망설였지만, 내 소심한 마음은 결국 신청할 수 없게 만들었지.

  1. 뭐라고 신청해야하지?
  2. 긴팔을 입고 왔더니 그새 더워서 땀에 젖었어.
  3. 낮에 김치 먹고 왔는데 김치 냄새 많이 날까?
  4. 그녀는 도도해 보여. 거절당할지 몰라.

등등의 이유로 망설이다 그만뒀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조금은 고수영역쪽으로 올라가서 춤춰보았으나, 만족스러운 스윙아웃을 경험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고수영역을 바라보고 있으니, 잘추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몇몇은 한국의 최상급 수준을 넘나드는 정도로 보일정도. 구경만 하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볼거리라도 생겼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왔지. 돌아오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세번째 스윙댄스

그 다음주 토요일에 그 다운타운 근처의 스윙클럽에 찾아갔다. 찾아가는 동안 마음 먹었다. '자신감을 갖고 과감히 춤추자'고. 이번 여행 과정에서 찾고자 하는 것의 하나, "당당한 자신감"을 가져보는 거지.

시작 시간인 9시에 맞춰 가려고 했으나, 숙소를 이사한 바람에 이동 시간계산을 잘못했다. 9시 반쯤 도착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잘된일. 분위기는 서서히 무르익고 있었고, 지난주에 보였던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이제는 아예 자리를 고수들 노는 데  근처로 잡았다. 혼자 앉아도 부담없는 자리에 옷을 걸어 놓았지. 몸 좀 풀고 몇곡 구경.

지난주에 발견한 그 도도해 보이는 팔로워가 오늘도 보인다. 어쩔까 망설이다가 큰맘먹고 가서 홀딩 신청했지. "Would you like to dance?"가 여기서 들리는 말들이지만, 난 아직도 "Can I dance with you?"를 쓴다. 지나치게 정중한건 아닐까도 걱정되고, 이들에게 신선한 표현일지 이상한 표현일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원하는 결과는 얻을 수 있다.

소셜댄스에서는 왠만해서는 춤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약속 비슷한것이 있어서, 이 도도해 보이는 팔뤄도 내 춤신청에 응했다. 시작하는 표정은 썩 좋지 않다. 노래가 시작 되었고, 늘 하듯이 가벼운 무게중심 이동 테스트에 이어 스윙아웃 두번 내보내 봤다. 음, 잘나가는군. 상대도 느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그 한곡, 아주 괜찮았다. 나보다 약간 고수인 수준인거 같아서 아주 잘 맞았다. 한곡이 끝나자 마자, 바로 이어서 한곡 더 추자고 제안해왔고, 나로써야 거절할 이유없었지. "Would you like to dance again?", "Yes, please" 플리즈를 꼬박꼬박 붙여주는 나는 너무 정중한건 아닐까? 핫핫. 두번째 곡이 끝나고 이름도 물어봐주고 해서 서로 통성명도 했다. 그 뒤에 한곡도 아주 잘맞았고, 간만에 꽤나 재밌는 춤을 추었다.

용기를 얻어 계속 몇명에게 춤 신청을 했고, 그렇게 통성명을 한 사람이 예닐곱명. 다음주에 가면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춤출 수 있을듯. 특히 잘맞었던 Kenyon(?)과는 다음주에 꼭 다시 추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지.

다음주 토요일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춤춰볼 수 있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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