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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9 world2009 두번째 나라: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스윙댄스 (10)
첫번째 스윙 댄스

나는 린디합 댄서다. 남들은 내 바운스를 보고 업바운스라고 놀리기도 하고, 찰스턴 킥동작은 킥복싱의 니킥을 연상시킨다고도 하고, 로봇같이 딱딱한 동작으로 뻣뻣하다고도 하고, 나도 그점을 인정하지만,

나는 어쨌든 린디합 댄서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내가 추는 춤은 린디합(Lindyhop). 1920~30년대쯤 미국 동부 지역에서부터 유행했다고 하는 스윙재즈(Swing Jazz)음악에 파트너와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유럽의 2차세계대전 시절 배경의 영화 스윙키즈에 나오는 주된 춤이다. 실력이나 감각이나 다 그저 그렇지만, 내가 이걸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그저 재밌으면 된다. (그 재미라는게 참 어려운거지만 말이다)



(사진은 flickr에서...)


스웨덴의 허랭캠프에서 만났던 중국인 친구의 소개로 밴쿠버의 댄서들에게 메일로 연락해 볼 수 있었고, 덕분에 밴쿠버에서 스윙댄스를 출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알아놨다. 정보에 의하면 매주 금,토,일 각각 춤출 수 있는 장소가 있더군.

일본 동경에서 오후 6시비행기를 타고, 이코노미석에서 몸을 구긴채 졸다 깨다를 9시간여 반복하고는 오전 11시쯤에 밴쿠버에 도착한 상태다. 민박집으로 이동하고는, 시차적응을 위해 노력한답시고 졸린잠을 참고 버텼다. 민박집 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춤추러 가야한다고 했더니, 흥미를 보이시며 주소를 얘기해보라고 했다. 주소를 알려드렸더니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여기는 좀 멀어서 오가기가 어려울텐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느라 한국에서도 출국 전에 춤을 못춘지 꽤 된데다가, 일본에서는 내가 춤추려했더 일정이 취소된 바람에, 춤을 추지 못한지 2~3주가 넘은 형편이었다. 금단현상, 아니 금춤현상에 몸이 부들거리고 있는 나는, 나는 댄서다. 멀든 가깝든 오늘 돌아올 수 있다면 가야겠다.

9시간 비행과 Jet Lag? 저리가! 난 춤을 춰야겠어. 그 먼 곳이 어디야? 지도로 보면 가깝구만 뭘. 걍 가면 되는거 아니야? 내 열의가 신기했는지, 민박집 아저씨가 갈 때는 한번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신다. 하지만 올 때는 밤 늦게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때문에 데려와주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갈 때라도 데려다 주는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구글 맵의 길찾기 기능의 도움을 받아, 돌아오는 교통편을 알아는 놨지만, 밴쿠버에 처음으로 막 도착한 내가 잘 찾아서 돌아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 그래도 뭐 이것도 여행이자 모험이겠지 싶어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지. 돌아오는 버스편과 갈아탈 곳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콜택시 전화번호를 적어서 길을 나섰다. (택시 비용은 8만원이 예상돼 최후의 수단으로만 남겨두었다. 40킬로면 10시간을 걸어 올지언정 8만원은 좀 아니지 않겠니?)

매주 금요일 밴쿠버 근교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곳은 Langley라는 지역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는 40KM정도 떨어진 거리. 얼마나 먼건지 감이 잘 안오지? 나도 잘 안왔어. 그래도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분명 먼거리는 아니었다. 톨게이트비도 없는 밴쿠버 고속도로를 타고 휙하니 가니 한 30분도 안되어 도착하는 거리였다.

도착하니, 막 초보자들을 위한 지터벅(jitterbug) 강습중이었다. 허랭 캠프에서는 지터벅 배우는 과정이 없어서 신기했는데, 북미지역에 오니 다시 지터벅을 볼 수 있구나 싶었다. 지터벅은 린디합을 간략화한 연습용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강사의 모습을 보니 어째 좀 불안하다. 아무리 지터벅 강사라지만 텐션과 무게중심이 좀 아니다 싶었다. 나중에 보니 이 강사들이 이 곳 커뮤니티의 회장인듯 싶었고, 전체적인 수준은 그러했다. 더 말해봐야 부정적인 얘기일테고, 간략히 정리하면, "한국의 린디합 수준이 대단하구나" 였다. 그래도 나름,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니 생일빵 시간에 웰컴잼(Welcome Jam)도 해주고 이래저래 챙겨주긴 했지만, 난 이미 숙소에 돌아갈 걱정에 정신 사나워지기 시작해 버렸다.


첫번째 스윙 댄스로부터의 컴백홈

뻘쭘하게 구석에 있다가, 간신히 홀딩신청 들어오면 몇곡 추다를 반복하다가 일찌감치 나왔다. 밤 11시가 되기 조금 전에 바에서 나왔고, 버스정거장을 향해 한참 걸어갔다. 준비해 온 교통편 정보에 따르면 11:47에 버스가 온다. 설마 그전에 한대쯤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완전 시골 한복판에, 날씨는 춥고, 사방은 어둡고 캄캄하며, 하늘에 별은 겁나 많이 보인다. 4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 폭주 뛰는 자동차들도 보였다, 아니 들렸다.

어두운 버스 정거장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후드티의 모자를 뒤짚어 쓴 사람이 어슬렁 어슬렁 내쪽으로 걸어온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곳에서 사람이 다가오니까 순간 무서워졌다.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지. 순간 "여행할 권리"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여기서 무서운 사람의 이미지라 함은 유색인종인데, 내가 바로 유색인종이다"라고. 그렇다. 내가 바로 이들이 무서워하는 유색인종인거다. 애써 무서움을 달래며 진정시키고 있는데, 다가온 사람이 목소리를 깔고 뭐라뭐라 한다.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깜짝 놀랬다. 들은 내용은 "Do you have a smoke-gun?"이었다. 스모크건이 뭐니? 라이터인가? 나는 "I'm sorry that I don't smoke"라고 대답했다. (미안할거 없는 일이지만, 뭐 상황이 좀 그렇잖아?) 상대의 반응은, "Uh, You don't smoke?" 그러고는 계속 지나가던 길을 지나갔다. 얼추 대화가 된걸 보니 맞게 이해한거 같기도 하다만, 지금 와서 사전을 찾아봐도 smoke-gun의 뜻풀이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슬랭이라서 안나온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연 그게 라이터를 뜻한게 맞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버스는 11:45분에 도착했다. 그 추운데 길에서 50분정도 추위와 공포에 떨었던 거지. 버스도 야간 버스라서 인지, 아니면 외곽 지역이어서 인지, 불을 끄고 다닌다. 무슨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의 버스도 아니고, 시커먼 버스가 오더니, 정거장에서 멈추고 나서야 문을 열면서 실내등을 켰다. 그제서야 버스기사 아저씨와 맨 앞자리에 앉은 백인 청년이 보였다. 내가 타고 자리에 앉으니 다시 실내등을 끄고 달린다. 그렇게 시커먼 버스안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음 버스로 갈아탈 곳에서 내렸다.



(버스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사진은 flickr에서...)

내려서 보니, 다음 버스까지 또 40여분을 길에서 기다려야 했고, 저녁도 안먹고 춤춘 다음인지라 배가 고파서 그동안 뭣좀 먹어야겠지 싶었다. 멀리 반가운 맥도날드가 보여서 가봤으나, 24시간 영업이긴 해도, 그건 테이크아웃 전용. 그냥 포기하고 근처 주유소의 편의점에 들어갔다.

이 편의점의 모습이 내게는 조금 생소했다. 일단 출입문에 들어갈 때 부터 초인종을 누르면 안에서 겉모습을 보고 멀쩡해 보이면 문을 열어준다. 난 들어갈 때에 나오는 사람이 있길래 그냥 열린문으로 들어갔는데, 계산대 안의 점원이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마땅히 먹을게 없어보여서 초코바 하나 사고선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이 계산대 앞에 왠 쇠창살이 쳐져 있고, 어디로 초코바를 놓고 돈을 내야하는지 알 수 없는 시스템. 계산하려 하니까, 점원이 서랍을 앞으로 내밀었으며 거기다가 초코바를 얹어 놓으니 서랍을 다시 자기쪽으로 가져가서 계산하고는 돈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무장강도에 대비해 그런 쇠창살이 있고, 계산하는 순간에 안으로 총을 들이대고 위협할 수도 있어서 그렇게 방어 수단이 있는거라고 한다. 무슨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전당포 모습 같았다.

초코바 하나로 잠시의 열량을 채우고 다시 나와서 버스 기다리기. 그래도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버스는 도착했다. 두번째 버스는 종점까지 가는 거라서 편안히 쉬다가 내렸고 마지막은 스카이트레인(SkyTrain, 밴쿠버 지상 무인열차 시스템, 일단 여기까지 오면 찾아다니기 쉽다)으로 이동. 결국 이렇게 해서 기다리는 시간과 이동시간 다합쳐서 2시간 반정도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추위에 떤 몸을 뜨거운 샤워로 좀 달래고 취침.

이렇게 다녀온 Langley의 스윙클럽. 너무 멀어서 이제 안가기로 마음먹었고, 일요일은 여기보다 더 먼데서 하므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기로했다. 그래도 매주 토요일은 다운타운 근처에서 한다고 하니 그 곳에만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두번째 스윙댄스 on Saturday Night

고생한 바로 그 다음날, 다운타운과 가까운 스윙클럽에 갔다. 어렵사리 길을 못찾고 돌아다니다가 간신히 찾아갔는데, 찾고 보니 스카이트레인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들어가서 춤추는 모습들을 보니, 숨통이 트였다. 그래 이거야! 북미의 스윙댄스. 어디나 마찬가지 인듯, DJ와 가까운 곳에 고수들이 노는 영역이 따로 있었고 멀어질 수록 초보자들의 영역이었다. 소심한 나는 초보영역에서 몇 명만 홀딩하며 춤췄는데, 그들과는 스윙아웃이 되지 않아, 지터벅만 열심히 출 수 밖에 없었다.

활달히 돌아다니는 팔로워(follower, 커플댄스에서 여성)중에 괜찮은 움직임과 균형감각을 보여주는 팔로워가 있었는데, 홀딩 신청할까 망설였지만, 내 소심한 마음은 결국 신청할 수 없게 만들었지.

  1. 뭐라고 신청해야하지?
  2. 긴팔을 입고 왔더니 그새 더워서 땀에 젖었어.
  3. 낮에 김치 먹고 왔는데 김치 냄새 많이 날까?
  4. 그녀는 도도해 보여. 거절당할지 몰라.

등등의 이유로 망설이다 그만뒀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조금은 고수영역쪽으로 올라가서 춤춰보았으나, 만족스러운 스윙아웃을 경험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고수영역을 바라보고 있으니, 잘추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몇몇은 한국의 최상급 수준을 넘나드는 정도로 보일정도. 구경만 하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볼거리라도 생겼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왔지. 돌아오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세번째 스윙댄스

그 다음주 토요일에 그 다운타운 근처의 스윙클럽에 찾아갔다. 찾아가는 동안 마음 먹었다. '자신감을 갖고 과감히 춤추자'고. 이번 여행 과정에서 찾고자 하는 것의 하나, "당당한 자신감"을 가져보는 거지.

시작 시간인 9시에 맞춰 가려고 했으나, 숙소를 이사한 바람에 이동 시간계산을 잘못했다. 9시 반쯤 도착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잘된일. 분위기는 서서히 무르익고 있었고, 지난주에 보였던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이제는 아예 자리를 고수들 노는 데  근처로 잡았다. 혼자 앉아도 부담없는 자리에 옷을 걸어 놓았지. 몸 좀 풀고 몇곡 구경.

지난주에 발견한 그 도도해 보이는 팔로워가 오늘도 보인다. 어쩔까 망설이다가 큰맘먹고 가서 홀딩 신청했지. "Would you like to dance?"가 여기서 들리는 말들이지만, 난 아직도 "Can I dance with you?"를 쓴다. 지나치게 정중한건 아닐까도 걱정되고, 이들에게 신선한 표현일지 이상한 표현일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원하는 결과는 얻을 수 있다.

소셜댄스에서는 왠만해서는 춤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약속 비슷한것이 있어서, 이 도도해 보이는 팔뤄도 내 춤신청에 응했다. 시작하는 표정은 썩 좋지 않다. 노래가 시작 되었고, 늘 하듯이 가벼운 무게중심 이동 테스트에 이어 스윙아웃 두번 내보내 봤다. 음, 잘나가는군. 상대도 느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그 한곡, 아주 괜찮았다. 나보다 약간 고수인 수준인거 같아서 아주 잘 맞았다. 한곡이 끝나자 마자, 바로 이어서 한곡 더 추자고 제안해왔고, 나로써야 거절할 이유없었지. "Would you like to dance again?", "Yes, please" 플리즈를 꼬박꼬박 붙여주는 나는 너무 정중한건 아닐까? 핫핫. 두번째 곡이 끝나고 이름도 물어봐주고 해서 서로 통성명도 했다. 그 뒤에 한곡도 아주 잘맞았고, 간만에 꽤나 재밌는 춤을 추었다.

용기를 얻어 계속 몇명에게 춤 신청을 했고, 그렇게 통성명을 한 사람이 예닐곱명. 다음주에 가면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춤출 수 있을듯. 특히 잘맞었던 Kenyon(?)과는 다음주에 꼭 다시 추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지.

다음주 토요일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춤춰볼 수 있을것 같아.


Posted by hatemogi 트랙백 0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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